"재심의해도 결국은 불허" vs "지도반출 허용에 힘실려"
정부가 24일 구글의 지도 데이터 반출 승인에 대한 판단을 오는 11월까지 유보한 것을 놓고 업계에선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한편에선 당초 정부 내 ‘불가’ 기류가 강했던 만큼 이번에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재심의하기로 한 것은 허용 쪽으로 기운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다른 한편에선 미국 대통령선거 국면에서 거센 통상 압력에 직면하고 있는 정부가 불가 결정 시점을 미 대선 이후로 미뤘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날 경기 수원시 국토지리정보원에서 열린 8개 부처 협의체 회의에 참석한 한 정부 관계자는 “국토지리정보원이 이미 (재심의) 결론을 내리고 각 부처 관계자들에게 브리핑을 하는 것 같았다”며 “참석자들 간 논쟁이나 의견 대립도 거의 없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참석 대상 직급인 과장(4급)이 아니라 사무관(5급)이 온 부처도 있었다”고 했다.

국토지리정보원은 보도자료에서 “신청인(구글) 측에서도 우리 측 의견을 청취하고 자신의 입장을 피력하기 위한 협의를 요청했다”며 협상 여지가 있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한 외교안보부처 관계자는 “네이버·다음 지도에는 청와대 국방부 등 안보 관련 시설의 위성 사진을 숲처럼 표시하는 등 보안 처리가 돼 있다”며 “구글 지도에서 비슷한 조치가 가능하다면 (구글 지도 반출에) 찬성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국내 정보기술(IT)과 공간정보업계에서는 미 대선 국면에서 자칫 통상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이 높은 구글 지도 반출 불가 결정을 내리기 어려웠던 정부의 고육책 정도로 이해하고 있다.

국내 한 IT 기업 관계자는 “동해 표기나 조세 회피 의혹 등에 대해 구글 측이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은 적이 없다”며 “정부가 미국과의 외교통상 문제를 감안해 유보 결정을 내렸지만 결국 불허로 결론을 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