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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중대 범죄, 무조건 '참여재판'

입력 2016-08-24 18:14:28 | 수정 2016-08-25 03:43:54 | 지면정보 2016-08-25 A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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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 불신 오죽하면…대법원 "전관예우 없애 투명 판결 유도"
연내 입법, 내년 시행 추진

"불법 로비 개입 여지 줄이고 국민 눈높이 맞춘 재판 기대"
법무부와 협의 거쳐 내년 시행…'피의자 권리 침해' 목소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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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살인 등 타인의 생명을 빼앗는 중대 범죄에 대해 의무적으로 국민참여재판을 받도록 하는 내용의 법 개정을 추진한다. 일반 국민이 배심원으로 재판에 참여하면 사법부의 판단과 국민 상식 간 격차가 줄어들어 사법 불신 풍조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정운호 게이트’ 등으로 불거진 ‘전관예우’ 관행이 개입할 여지가 없어질 것이라는 기대도 깔려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24일 “살인 강도살인 강간살인 상해치사 폭행치사 등 타인을 고의로 사망하게 한 범죄는 국민적 관심이 높은 만큼 국민참여재판으로 다룰 수 있도록 관련 법(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법원은 국민이 직접 재판에 참여해 사법절차 이해도를 높이면 사법부 신뢰도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법무부 등 관계 부처와 협의해 올해 안에 관련 법 개정안을 준비, 입법과정을 거쳐 내년부터 시행한다는 게 대법원의 목표다.

국민참여재판 신청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현실적 이유도 있다. 2008년 도입된 국민참여재판은 지난해 신청률이 2.6%에 그쳤다. 2011년 8.3%를 정점으로 떨어지는 추세다. 피고인이 신청해야만 국민참여재판이 열리는 ‘피고인 신청주의’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참여재판 대상은 법정형이 사형, 무기 또는 1년 이상의 징역, 금고에 해당하는 사건이다. 지난해 국민참여재판 대상 사건 1만9521건 중 국민참여재판을 하겠다고 신청한 재판은 505건이었다. 신분 노출을 우려해 중도 철회하는 사례도 많아 국민참여재판으로 끝낸 사건은 203건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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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에도 국민참여재판 활성화 논의는 많았다. 지난 19대 국회에서만 관련 법안이 8개나 쏟아졌다. 하지만 모두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정치적 논란의 여지가 있는 내용을 담은 의원입법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폐기된 법안들에는 배심원단이 여론에 휩쓸릴 수 있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제하는 방안, 고위 공무원이나 기업인이 주 타깃인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은 국민참여재판을 의무화하는 방안 등이 담겼다.

대법원은 이번 개정안은 정치적 논란 소지가 작아 큰 걸림돌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11년 국민참여재판 대상을 1심 합의부 사건(법정형이 징역 1년 이상인 중대범죄)까지 확대하는 법률 개정안을 여야가 합의해 통과시킨 전례가 있다.

대법원이 입법을 하려면 법무부와 사전에 협의해야 한다. 법무부는 “큰 방향에는 이견이 없다”며 “피고인이 원치 않는 재판을 받게 되는 것은 아닌지는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절차상 부처 협의 과정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면 의원입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참여재판이 확대되면 국민의 사법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진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 ‘정운호 게이트’ 등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전관예우’가 재판에 개입할 여지도 줄어든다. 한 대형 로펌 형사 변호사는 “배심원으로 참여하는 국민이 지켜보는데 전관예우가 통할 여지가 있겠느냐”며 “국민참여재판 확대는 사법기관의 판단과 국민상식 간 격차를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피의자의 권리가 침해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른 대형 로펌 변호사는 “살인 피의자도 유죄 판결을 받기 전까지는 무죄로 추정하는 만큼 재판을 선택할 권리를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피고인 신청주의와 강제주의를 시행하는 해외 사례를 면밀히 연구해 법 개정 추진에 문제가 없도록 할 방침이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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