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삼성전자 주가가 160만원을 돌파하고 SK하이닉스와 LG디스플레이가 연고점을 찍는 등 ‘전자 랠리’가 주식시장을 달구고 있지만 LG전자 주가는 도통 오를 줄 모른다. 24일 종가는 5만1100원으로 5만원대가 깨질 위기에 처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사업구조 개편에 주가의 방향성이 달려 있다고 진단한다.
'스마트폰' 고전한 LG전자, 전장사업으로 날개 펼까
LG전자의 하락세가 시작된 건 지난 5월부터다. 4월 중순 6만4000원대까지 오르며 부활하는 듯했지만 외국인 투자자의 집중 매도가 시작되면서 하락세로 돌아섰다. 1분기 깜짝 실적에 이어 2분기에도 8분기 만에 가장 많은 분기 영업이익(5846억원)을 거두는 등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성과를 냈지만 주가는 반대로 움직였다.

문제는 스마트폰이다. 기대를 모은 ‘G5’의 부진으로 스마트폰사업에서 1500억원 이상의 적자를 냈기 때문이다. 경쟁자인 삼성전자가 독보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설 자리가 더욱 없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공매도 공세도 투자심리에 찬물을 끼얹었다. 5월 이후 LG전자의 공매도 비중은 23.6%로 유가증권시장 전체 종목 중 2위에 달했다.

하지만 주가가 바닥 수준에 근접한 만큼 더 떨어지기는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LG전자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청산 가치에도 못 미치는 0.8배까지 떨어졌다. 같은 전자업종인 삼성전자(1.54배) SK하이닉스(1.17배) 등에도 한참 미치지 못한다. 권성률 동부증권 연구원은 “스마트폰 사업부를 제외하고 나머지 사업부의 가치만 따져도 현재 주가는 지나치게 저평가됐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스마트폰에 대한 자원 투입을 줄이고 미래 먹거리로 여겨지는 자동차 전자장비(전장)사업에서 성과를 내야 하는 ‘전략적 변곡점’에 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두 가지 부문에서 가시적인 결과가 나와야 주가도 상승세를 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회사 측도 내부 효율성 제고에 나섰다. 윤부현 LG전자 MC사업본부 기획담당 전무는 “스마트폰 사업부의 적자 개선을 위해 연구개발(R&D) 인력을 15% 수준에서 조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LG전자는 또 전장사업에 매년 3000억~4000억원의 투자를 집행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4분기 출시 예정인 GM의 전기차 ‘볼트EV’는 LG전자 주가 상승의 방아쇠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LG전자는 이달 말부터 볼트에 핵심부품 11개(구동모터 배터리팩 인버터 등)를 공급할 예정이다. 또 일본 도요타와 텔레매틱스 부품 공급계약을 체결했고 앞으로 글로벌 자동차업체들과 계약을 확대할 계획이다.

소현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소니가 스마트폰 부진에도 이미지센서 게임 영화 등으로 사업 구조를 개편하며 부활하고 있다”며 “프리미엄 가전사업과 전장부품사업으로 구조를 바꾸고 있는 LG전자에 대한 긍정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