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신격호 검찰 고발 방침"
공정거래위원회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키로 방침을 정했다. 신 총괄회장이 총수 일가의 일본 계열사 주식 보유 현황을 의도적으로 허위 제출했다는 게 공정위 판단이다. 롯데는 그룹 지분구조 특수성 때문에 빚어진 일이라며 고의성은 없다고 해명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 사무처가 롯데에 보낸 ‘지분 보유현황 허위 신고’ 사건의 심사보고서(검찰의 기소장에 해당)에 신 총괄회장에 대한 검찰 고발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고발 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은 이르면 다음달 열릴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내려진다.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집단 총수는 공정거래법에 따라 자신과 친족이 보유한 기업과 지분 내역을 공정위에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롯데는 작년 7월 경영권 분쟁이 발생하기 전까지 일본 내 롯데 계열사의 지분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국내 계열사 11곳의 지분을 보유한 광윤사, 일본 롯데홀딩스, L투자회사 등을 총수 일가와 관련 없는 ‘기타 주주’가 소유한 회사라고 신고했다.

롯데는 경영권 분쟁 직후인 작년 8월과 10월 해외 계열사 지분 자료를 다시 제출했다. 이 자료에는 총수 일가가 광윤사(89.6%)와 일본 롯데홀딩스(3.5%)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들 회사를 통해 국내 롯데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이 포함됐다.

공정거래위원회 경쟁정책국은 롯데 조사 과정에서 지분 보유 현황 보고의 주체인 신격호 총괄회장이 작년 8월 이전까지 고의로 일본 계열사들의 지분 보유 현황을 숨긴 정황을 파악하고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거래법을 보면 공정위가 대기업집단 지정을 위해 총수 일가 지분 소유 현황 등의 자료를 기업에 요청했을 때 정당한 이유 없이 제출을 거부하거나 허위 자료를 제출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어기면 공정위는 총수를 검찰에 고발할 수 있다.

롯데 관계자는 “한국과 일본으로 분리돼 있는 롯데그룹의 경영 특수성 때문에 빚어진 일”이라며 “전원회의 때 고의성이 없음을 적극 주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법인 관계자는 “심사보고서 내용은 공정위에서 검찰 역할을 하는 사무처 의견”이라며 “공정위 제재 여부는 전원회의 의결로 결정되기 때문에 아직 신 총괄회장의 검찰 고발이 최종 결정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호텔롯데 등 11개 국내 롯데 계열사가 일본 내 계열사 지분 현황을 ‘허위 공시’한 혐의에 대해선 지난 5월 5억7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신 총괄회장 등 총수 일가가 보유한 일본 계열사 지분을 총수와 관계없는 주주가 소유한 것처럼 공시한 혐의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