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1년 대구 향촌동 모나미다방에서 열린 이효상의 ‘바다’ 출판기념회. 대구문화재단  제공
1951년 대구 향촌동 모나미다방에서 열린 이효상의 ‘바다’ 출판기념회. 대구문화재단 제공
김광석길·근대골목 등 골목관광으로 대구 관광산업에 활력을 불어넣은 대구시가 이번에는 문인의 생가터와 교류활동 장소인 살롱(다방)을 둘러보는 문학관광을 시작한다. 대구시가 2008년 시작한 근대골목 관광은 연간 3000여회에 걸쳐 30만명이 방문하고 있고, 김광석길은 80만명 이상이 찾는 등 대구의 명물 관광코스로 자리매김했다.

대구문화재단은 대구근대문학과 골목관광을 결합한 ‘대구문학로드’를 오는 9월20일부터 운영한다고 23일 발표했다. 원상용 대구문화재단 본부장은 “대구는 국내 근대문학 산실이자 일제 저항문학의 요람이었다”며 “이상화, 이장희, 현진건, 이육사, 백기만 등 수많은 문인이 교류하며 작품활동을 하던 곳”이라고 설명했다.

대구 중구 향촌동 대구문학관에서 출발하는 대구문학로드는 향촌동에서 북성로를 따라 수창동, 인교동을 거쳐 계산동까지 이어지는 길이다. 이곳은 1920년대 근대문학이 태동하던 시기부터 1950년대 전후문학, 1960년대 순수문학까지 대구문학의 흔적과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다.
대구 골목관광 2탄!…근대문학로드 탐방
지금은 공구골목으로 변한 북성로 일대는 당대 번화가이자 청포도·꽃자리·백조·모나미·백록다방과 화월여관 등 문인과 예술인의 만남의 장소이자 교류장소로 북적이던 살롱거리였다.

김지혜 대구문학관 운영팀장은 “다방은 사라졌지만 다방이 있던 건물은 많이 남아 있다”며 “방문객은 문학로드를 따라가며 당시 번성한 한국 살롱문학의 흔적을 찾아보고 관련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수창동과 인교동 골목에는 이상화·신동집의 생가터, 현진건의 처가집터가 남아 있고 계산동에는 복원한 이상화 고택이 있다.

1940년대 시 동인지 ‘죽순’의 편집실이던 명금당, 작은 문구점에서 백화점으로 성장하며 박태준 등 많은 예술인을 후원한 무영당이 있던 곳도 관광코스에 포함됐다. 6·25전쟁을 겪은 피란민의 가난하고 인간적인 일상을 담은 김원일 소설 ‘마당깊은 집’의 배경이 된 집과 벽화를 감상하는 코스 등 다양한 체험이 준비돼 있다고 시 관계자는 소개했다.

대구문학로드 탐방에는 8명의 전문해설사가 근대문학의 전반적 흐름부터 문인과 관련된 이야기를 관광객의 눈높이에 맞춰 들려둘 계획이다.

2014년 말 개관한 대구문학관은 1~2층에 향촌동의 옛 거리를 재현한 향촌문화관이, 3~4층엔 이상화, 현진건, 이장희의 명예의전당과 다양한 근현대 문학작품을 전시한 대구문학아카이브가 조성돼 있다.

심재찬 대구문화재단 대표는 “대구문학로드는 근대 문인의 흔적을 찾아가며 문학에 한층 가까워질 계기를 마련해주기 위해 기획했다”며 “대구의 문단사를 이론적인 측면에서 바라보는 차원을 넘어 문화관광과 교육자원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문학로드는 1시간짜리부터 4시간짜리까지 4개 코스로 운영되며 매주 토·일요일 오전 10시 정기투어를 시작한다. 신청인원이 다섯 명 이상이면 출발한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