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사상 최대 해외기업 인수합병(M&A)에 청신호가 켜졌다.

2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정부의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는 중국화공그룹(켐차이나)의 스위스 농화학기업 신젠타 인수를 승인했다. 미국은 그동안 신젠타 인수가 미국의 식량안보에 위협이 될 것이라며 승인을 거부해왔다.

중국 국영 농화학기업인 켐차이나는 지난 2월 신젠타를 440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중국 기업의 해외 M&A 건으로는 최대다. 거래가 성사되면 중국은 1000억달러(약 117조원) 규모의 글로벌 종자시장에서 생산량 기준 세계 2위의 종자 강국으로 떠오른다.

신젠타는 세계 농약시장 점유율 1위(20%), 종자시장 점유율 3위(8%)로 6800여개의 독점적 종자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다. 북미에서는 전체 매출의 27%를 올리고 있다. 북미의 최대 농약판매 회사다. 종자시장 점유율은 콩 10%, 옥수수가 6%에 이른다.

이렇다 보니 미국에서는 켐차이나의 신젠타 인수에 따른 식량안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찰스 그래슬리 공화당 상원의원은 지난 3월 “켐차이나처럼 정부가 통제하는 기업이 식량 관련 기업을 인수하면 적극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신젠타가 켐차이나의 손아귀에 들어가면 미국 농업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WSJ는 미국의 식량안보에 위협이 될 것이라는 근거를 CFIUS가 찾지 못했다고 전했다. 다만 CFIUS는 언제든지 식량안보에 해가 된다는 근거를 찾으면 본사가 해외에 있는 기업이라도 거래 조건을 수정하거나 미국 내 자산을 매각할 것을 권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에 이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반독점당국이 승인하면 켐차이나는 올해 말까지 신젠타를 인수할 수 있을 전망이다. 세계 2위 종자시장(연간 170억달러)으로 떠오른 중국은 2020년까지 자국 50대 종자기업의 국내시장 점유율을 현재의 두 배인 60%까지 높이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다. 신젠타는 종자 특허권뿐 아니라 유전자변형식품(GMO) 등 종자개량 기술도 보유하고 있다.

이날 독일 정부도 중국 전자업체 메이디가 자국의 로봇업체 쿠카를 인수하는 것을 반대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독일에서는 로봇 기술력을 자랑하는 쿠카가 중국 기업에 매각되는 것을 국가안보 차원에서 우려해왔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