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발레단 무용수들이 오는 26~28일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오르는 ‘스파르타쿠스’의 격투 장면을 연습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국립발레단 무용수들이 오는 26~28일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오르는 ‘스파르타쿠스’의 격투 장면을 연습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갑옷 차림의 남성 무용수 20여명이 양손에 칼과 방패를 든 채 팔을 힘차게 뻗었다. 이들을 지켜보던 강수진 국립발레단 단장과 이렉 무하메도프 객원 트레이너 등이 박자에 맞춰 구호를 붙이기 시작했다. 무용수들이 비장한 표정으로 구호에 맞춰 발을 구르자 쿵쿵대는 바닥이 심장박동처럼 울렸다. 격렬한 동작은 타악기 소리와 어우러져 웅장한 분위기를 냈다.

지난 22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국립예술단체 연습동 연습실. 국립발레단이 오는 26~28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올리는 발레 ‘스파르타쿠스’의 군무 연습이 한창이었다. 그런데 여느 발레와는 달랐다. 발레 군무 하면 연상되는 ‘깃털처럼 가볍게 점프하고, 하늘하늘 춤추는’ 여성 무용수들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 작품은 기원전 73년 로마에서 노예들의 반란을 주도했다 실패한 검투사 스파르타쿠스의 이야기를 담았다. 1956년 옛소련 작곡가 아람 하탸투랸(1903~1978)이 음악을 만들고, 1968년 러시아의 유리 그리고로비치(89)가 안무했다.

여성이 주연을 맡는 작품이 대부분인 발레 공연 중 많지 않은 ‘남성 발레’를 대표하는 작품이다. 검투사들의 싸움, 노예와 로마 군인들 간의 전투 등 남성들의 역동적인 군무가 작품의 백미다.

강수진 단장
강수진 단장
국립발레단은 이 작품을 2012년에 이어 4년 만에 무대에 올린다. 국립극장 2016~2017 레퍼토리 시즌의 첫 무용 공연이다. 이번 공연에 등장하는 남성 무용수는 45명. 국립발레단 남성 단원 37명에 객원 무용수 8명을 더했다. 강 단장은 “이 작품은 발레리노들이 연기력과 춤 표현을 고루 익힐 수 있는 몇 안 되는 작품 중 하나”라며 “동작 기술뿐 아니라 무용수의 몸과 마음, 머리가 모두 조화를 이뤄야 하는 ‘혼이 있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전막 발레 작품은 여성 무용수 위주로 짜인 것이 많습니다. 주역이 아닌 남성 무용수들은 발레리나를 받쳐주거나 군무에 참여하는 정도죠. 이에 비해 이 작품은 다양한 무용수들에게 고루 기회가 갑니다. 한번 제대로 공연하고 나면 자신의 색깔을 발견하고, 기량을 확 올릴 수 있을 겁니다.”

‘진하고 강렬한’ 작품인 만큼 무용수들의 집중력도 필수다. 무대 소품으로 창과 방패 등을 쓰기 때문에 팀워크가 어긋나면 자칫 부상 위험이 있다는 설명이다. 연습실 분위기도 작품에 걸맞게 진지했다. 대기하는 단원 중 잡담을 하는 이는 찾아볼 수 없었다. 스파르타쿠스 역을 맡은 김기완도 “지금은 말하기 어렵다”며 시종일관 연습에 열중하는 모습이었다. 피아노 옆에 앉아 김기완의 연습을 보던 이재우도 음악에 맞춰 팔을 움직이며 무대에 집중했다.

검투사들의 결투 장면은 긴장감이 돌았다. 구경하는 로마 귀족들 뒤로 검투사 두 명이 서로 칼을 겨누다 몸을 스쳤다. 발레 동작이 잘 짜인 검술 경합처럼 연출됐다. 김기완이 상대 무용수를 찌른 뒤 쓰고 있던 투구를 벗고 죄책감에 괴로워하는 모습을 연기하자 구경하던 이들 사이에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강 단장은 “2012년 공연 때와 주연을 맡은 무용수들이 모두 다르다”며 “이미 공연을 본 관객들도 새로운 무용수를 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파르타쿠스 역은 정영재 김기완 이재우가, 로마 장군 크라수스 역은 박종석 허서명 변성완이 번갈아 출연한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