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23일 열린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국민참여 대토론회’에서 조동근 명지대 교수(오른쪽 네 번째) 등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23일 열린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국민참여 대토론회’에서 조동근 명지대 교수(오른쪽 네 번째) 등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더 싸게 팔겠다는 것을 막는 ‘휴대폰 지원금 상한제’는 대표적으로 현실과 동떨어진 규제다.”

참여연대·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주최로 23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국민참여 대토론회’에서 단통법 핵심 조항 중 하나인 지원금 상한제가 도마에 올랐다. 토론회에 참석한 국민패널, 정부, 학계, 업계, 시민단체 인사 12명 중 중립 입장을 밝힌 정부 측 인사 2명을 제외하고 모두 현재의 지원금 상한선(33만원)을 높이거나 아예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휴대폰 보조금 상한제 폐지해야"…시민단체들로부터도 뭇매맞은 단통법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단통법은 보조금 경쟁을 못 하게 묶은 일종의 시장가격 규제로 소비자에게 피해를 끼치고 있다”며 “지원금 상한제의 일몰 시점을 앞당겨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단통법의 시장 안정 효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해온 시민단체도 지원금 상한제 조항에 대해선 개선 필요성을 제기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지금의 지원금 상한선이 비현실적인 면이 있고, 무엇보다 일선 판매점이나 소비자가 지원금 상향을 원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적극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 단통법에선 방통위가 휴대폰 지원금 상한액에 대한 기준 및 한도를 정해 고시한다. 방통위는 25만~35만원에서 상한선을 정해 공고하도록 하는 고시를 제정했다. 법 시행 첫해인 2014년 10월 30만원으로 정해진 상한액은 작년 4월 33만원으로 오른 뒤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지원금 상한제는 단통법 고시 중 유일하게 3년 뒤(2017년 10월) 사라지는 일몰제로 지정됐다.

업계와 학계는 물론 시민단체까지 나서 지원금 상한제 개선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작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는 이 문제에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지원금 상한제 폐지나 상향 조정은 법 개정 없이 정부 고시 개정만으로 가능하다. 애초 방통위는 지난 6월 고시 개정을 통해 지원금 상한제를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야당 추천 방통위 상임위원의 반대에 부딪혀 계획을 접었다.

지원금 상한제 폐지 문제는 이제 방통위를 떠나 국회로 넘어갔다. 여당은 물론 야당 의원들도 20대 국회 들어 지원금 상한제 폐지, 일몰 시한 단축 등의 내용을 담은 법 개정안을 잇따라 발의했다. 정부 고시 개정만으로 가능한 일이 입법 이슈로 바뀐 것이다.

이동통신 업계에선 벌써부터 여야 간 주고받기식 흥정으로 단통법 개정이 더 큰 개악을 낳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주요 법 개정 때마다 되풀이돼온 사회적 비용 낭비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방통위가 국회보다 앞서 지원금 상한제를 손질할 때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