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삶의 질 높이는 도시의 변신, 국가경쟁력 높인다
순박하고 청순한 이미지를 지닌 1990년대 인기 여배우 A씨가 짙은 화장에 관능미 넘치는 모습을 하고 한 TV 광고에 등장했다. 옆에는 ‘여자의 변신은 무죄’라는 광고 카피가 쓰여 있다. ‘팜파탈’의 모습으로 파격적인 변신을 했는데 전혀 어색하지 않고 잘 어울렸다. 오히려 매력적이었다. 그래서 당시 유행한 말이 ‘여자의 변신은 무죄’였다.

세계의 많은 도시들이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도시 경쟁력을 강화하고, 도시 브랜드를 키우기 위해서다. 일본 중동부 지역에 있는 외딴 섬마을 나오시마는 한때 ‘바다 위의 황무지’였다. 1910년대 구리산업 호황으로 섬에 제련소가 세워지면서 큰 호황을 누렸지만 구리산업이 쇠퇴하자 버려진 섬으로 전락했다. 활기 넘치던 섬은 산업폐기물로 오염되고, 주민은 200여명만 남았다. 그러나 지금은 매년 50여만명이 다녀가는 관광명소로 탈바꿈했다. 둘레가 16㎞에 불과한 조그만 섬이 영국의 관광매거진 ‘트래블러’가 꼽은 ‘꼭 가봐야 하는 세계 7대 명소’가 됐다.

변신의 원동력은 지역의 한 기업가와 관청이었다. 민관이 힘을 합쳐 마을을 살리기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가동해 예술의 섬으로 바꾼 것이다. 오물처리장에서 친환경 주거단지가 된 영국의 베드제드나 쓰레기 더미가 에너지도시로 변신한 스웨덴 함마르비, 보잘것없는 중소 도시에서 세계 만화예술의 메카가 된 프랑스 앙굴렘 등도 마찬가지다. 당국의 강력한 리더십과 민간의 적극적인 협력이 있었기에 획기적인 변신이 가능했다.

도시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인 시대다. 저출산고령화 등으로 쇠퇴해 가는 많은 도시들이 재생 프로젝트를 시도하고 있다.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변신이라고 다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도시 문제를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도시의 변신은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이어야 한다. 경쟁력 있는 도시는 문화적 콘텐츠와 스토리가 풍부해 매력 있는 도시”라고 말한다. 잘못된 정책으로 인한 변신은 시민들에게 고통만 줄 뿐이라는 것이다.

눈을 국내로 돌려 본다. 최근 한 언론의 도시 브랜드를 주제로 한 시리즈를 보면 많은 도시들의 변신이 눈에 띈다. 경기 용인시도 그중 하나다. 용인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호화청사, 부채도시, 베드타운’ 등 부정적인 단어로 얼룩졌다. 시민들에게 덧씌워진 굴레였다. 그러나 지금 그런 이미지가 하나둘씩 지워지고 있다. 호화청사는 물놀이장, 썰매장, 공연장 등으로 개방해 시민 품으로 돌아왔다. 파산 위기까지 몰린 부채도시 오명도 씻을 날이 머지않았다. 수도권의 베드타운과 난개발의 대명사였던 곳엔 기업 유치가 급증하고, 한 곳도 없던 산업단지가 지금은 무려 14곳에 달한다.

용인시도 변신을 위한 시동을 걸었다. 시민을 부끄럽게 한 과거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털고 사람을 끄는 매력 있는 도시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다. 도시 경쟁력을 높이고 글로벌 도시로 성장하기 위한 도전도 시작했다. 100만 자족도시로 성장하기 위해 더 많은 기업을 유치하고, 더 많은 일자리도 창출해 낼 것이다. 변신의 목표는 시민을 행복하게 하고, 시민이 자부심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여자의 변신이 무죄이듯, 도시의 변신도 무죄다.

정찬민 < 용인시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