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테크놀러지의 직원들이 서울 가산동 본사 회의실에서 브레인스토밍 회의를 하고 있다. 고영 제공
고영테크놀러지의 직원들이 서울 가산동 본사 회의실에서 브레인스토밍 회의를 하고 있다. 고영 제공
전자부품 검사장비업체인 고영테크놀러지(사장 고광일)가 상반기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고영은 상반기 매출이 838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20.9% 늘었고, 영업이익도 156억원으로 23.3% 증가하며 각각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2분기 매출은 468억원으로 1분기보다 26.6%나 늘었다.

고광일 사장은 “매출과 당기순이익이 2002년 창사 이래 최대를 기록한 건 작년 기준으로 글로벌 시장 점유율 49%를 기록한 ‘3차원 납도포 검사장비(SPI)’ 수출이 꾸준한 데다 ‘3차원 부품실장 검사장비(AOI)’ 매출 증가세에 힘입은 것”이라고 23일 설명했다. 여기엔 연구개발(R&D)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협업을 통한 창조’가 원동력이 됐다고 덧붙였다.

전자부품 검사장비업체 고영, 상반기 최대 실적 비결은
고영은 R&D에 국내 직원 311명(해외 포함 410명)의 절반가량인 158명을 투입하고 있을 뿐 아니라 연매출의 약 8~10%를 쏟아붓고 있다. 한양대 등 국내 대학 및 하버드 의대와도 협업하고 있다. 미국 샌디에이고 등지에 연구소를 세웠고 조만간 KAIST에 인공지능연구소를 설치할 예정이다.

고 사장은 “기술력을 보유하게 된 것은 한두 명에 의한 혁신이 아니라 집단창조기법인 ‘그룹지니어스’를 통해 전 직원이 혁신을 추구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키스 소여 미국 워싱턴대 심리학과 교수의 저서에서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그룹지니어스는 세계적인 디자인 이노베이션업체 아이데오(IDEO)의 창조 프로세스로 유명하다. 고영이 이를 도입한 것은 빠른 매출 증가와 조직 확대로 성장통이 발생한 데 따른 것이다. 소수 리더들이 혁신을 주도하면서 이를 따라오지 못하는 직원이 생겼고 기존 방식을 반복하는 매너리즘에 빠지기도 했다. 외부영입 인원이 안착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이 때문에 모두가 하는 혁신을 추구하게 됐다. 이를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리더 대상 교육 강화 △지속적인 브레인스토밍 △자유로운 토론 환경 조성(사내 카페 등 20곳 이상의 토론 공간 마련) △그룹 활동을 고과에 반영 △우수 팀 사례 발표 등 전사적인 전파에 나섰다.

이 회사의 황인준 전무는 “지난 1년 동안 그룹 활동의 일환으로 추진한 팀별 브레인스토밍만 1200회가 넘는다”고 설명했다. 황 전무는 “이를 통해 업무에 적용한 아이디어가 400건을 넘고 10개 팀에서 혁신적인 아이템을 내놨다”고 덧붙였다.

혁신 사례 중 하나는 영업, 소프트웨어, 메카트로닉스 등 5개 팀이 한 달간 수행한 그룹지니어스 활동이었다. 5개 팀의 모든 구성원이 머리를 맞대 기존 AOI의 혁신적인 개선을 이뤘고 이는 경쟁사를 따돌리는 역할을 했다.

고 사장은 주기적으로 기업 성과를 전 직원에게 ‘보고’한다. 대부분 회사에서 부서장이나 임원이 최고경영진에게 실적을 보고하는 것과 달리 고영에서는 사장이 전 임직원에게 상세하게 보고한다. 이후 실적을 토대로 직원별·팀별 성과를 평가해 ‘보상’한다.

2002년 창업한 고영은 보쉬 등 글로벌 기업 1800여곳을 고객으로 둔 강소기업으로 성장했다. 이 회사는 하버드 의대 등과 공동으로 뇌수술 로봇을 개발하는 등 차세대 먹거리도 준비하고 있다.

김낙훈 nhk@hankyung.com 중소기업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