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열린 청장년 최고경영자(CEO) 통합교육캠프에서 청장년 CEO들이 성공을 다짐하고 있다. 경북테크노파크 제공
지난달 열린 청장년 최고경영자(CEO) 통합교육캠프에서 청장년 CEO들이 성공을 다짐하고 있다. 경북테크노파크 제공
10년째 공구 유통업을 해 오던 김진숙·신상우 부부는 지난해 7월 경북테크노파크(경북TP) 청년창업지원센터 도움으로 프레스 피팅 툴이라는 아이템으로 케맥스라는 회사를 창업했다. 프레스 피팅 툴은 배관작업을 기존의 용접이나 나사가공 방식과 달리 압착방식으로 하는 새로운 공구다.

신상우 대표는 “해외에서는 보편화된 기술이지만 국내에는 전용 공구가 많지 않아 시장이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창업에 나섰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창업 전 3억원을 들여 2년간에 걸친 연구개발 끝에 프레스식 배관공법이 가능한 세 개 제품을 개발하고 두 개의 특허도 등록을 했다. 문영백 경북TP 지역산업육성실장은 “용접에 의한 화재나 폭발사고, 작업자의 재해 위험도 없고 재료비와 인건비 및 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 시장 전망이 높은 유망 아이템”이라고 평가했다.

신 대표는 “새로운 아이디어로 창업에 나섰지만 국내에는 기술에 대한 평가나 인증기준이 없어 독일에서 시험평가를 한 뒤 독일 기업과 생산협약을 맺고 제품 개발에 나섰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창업 초기부터 자금 확보, 기술 개발, 홍보, 마케팅 등 여러 분야에서 난제가 많았는데 경북TP 청년창업지원센터를 통해 여러 고비를 넘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내년에 36억원의 매출을 올릴 계획이다. 독일에서 생산하지만 공장 설립도 추진해 4~5년 후에는 직원 70명이 일하는 100억원대 회사로 키울 계획이다.

2011년 청년 실업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설립된 경북TP 청년창업지원센터가 6년째를 맞아 성공 기업들이 나오고 있다.

2012년 창업한 김성재 재이글로벌 대표(35)는 변변한 제품도 없이 특허출원 한 건과 막연한 제품 아이디어만 갖고 청년창업지원센터 문을 두드렸다. 사업 초기 모든 게 부족했지만 지난해 경북청년 최고경영자(CEO) 육성사업에 참여하면서 기업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대학교, 한의원, 바이오사와의 공동 연구개발로 계면활성제가 함유되지 않은 기능성 천연비누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김 대표는 ‘비갠후’라는 브랜드로 로열젤리, 달팽이, 어성초 비누 등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올해 벤처기업 인증도 받았다. ‘여드름 예방’ 제품으로 특허 출원된 상품은 대한민국 우수상품 HIT500에 선정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창업 1년 만에 1억원대 매출을 올리며 독일, 미국, 호주, 태국 등 글로벌 시장에 수출을 준비하고 있다.

경북 경산의 경북청년창업지원센터는 2011년부터 청년 실업 해소를 위해 매년 우수한 아이디어를 보유한 청장년 CEO를 선발해 창업공간, 창업활동비, 창업교육, 전문가 상담 및 컨설팅, 마케팅 지원 등의 수준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청년창업지원센터를 통해 총 205개 업체가 신규로 창업했고 360명의 신규 고용, 70억원의 매출, 110여개의 지식재산권을 획득하는 성과를 올렸다.

하지만 창업한 청년 기업들이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이 때문에 경상북도와 경북TP는 올해부터 실패를 경험 자산으로 인정해 재도전이 쉬운 환경(창업→실패→경험자산→재창업) 조성에 나섰다. 창업가들에게 재기 기회를 제공하는 경북 청년재창업(re-born) 지원사업을 시작해 10명의 재창업가를 육성하고 있다.

청년 실업 해소와 창조기업 확산에 기여하고 있는 또 다른 사업은 희망이음 프로젝트다. 지역 청년 구직자들이 지역의 일하기 좋은 우수 기업을 직접 탐방하면서 중소기업에 대한 대학생들의 편견을 개선하고, 지역 우수 인재의 대기업·수도권 편중 현상을 완화하기 위한 연계 사업이다. 경북TP는 30개 기업 및 기관을 대상으로 총 40회의 탐방 프로그램을 마련해 총 700여명의 대학생 및 고등학생이 참여했다. 학교 추천으로 선발된 50여명에게는 취업동아리, 멘토·멘티 지정, 취업캠프, 캠퍼스 리크루팅, 채용박람회 등의 다양한 취업 연계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작년에는 이 중 21명이 지역 기업 취업에 성공했다. 희망이음 프로젝트에 참여한 지역 중소기업에 12명이 취업했다. 성과를 인정받아 중앙 평가에서도 최고등급(S)을 받았다.

장상길 경상북도 일자리민생본부장은 “창업하겠다는 아이디어와 용기만 가졌다면 모든 창업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며 “창업 기업들이 당면하는 ‘죽음의 계곡(death valley)’ 시기를 건너 지역을 대표하는 강소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 체계를 지속적으로 개선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산=김해연 기자 ha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