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art & Mobile] 경계 무너지는 '가상'과 '현실'…VR, AR 이어 MR까지 170조 시장 열린다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산업이 정보기술(IT) 분야의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VR 전문업체 오큘러스를 보유한 페이스북을 비롯해 구글 삼성전자 LG전자 소니 HTC 등 글로벌 회사들은 다양한 VR 관련 기기와 콘텐츠를 선보이며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인텔과 같은 반도체 회사들도 관련 사업에 뛰어들었다. 인텔은 VR과 AR을 뒤섞은 융합현실(MR·merged reality)이란 새로운 분야를 제시했다.

융합현실(MR) 뜬다

[Smart & Mobile] 경계 무너지는 '가상'과 '현실'…VR, AR 이어 MR까지 170조 시장 열린다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인텔 개발자 포럼(IDF) 2016’ 기조연설에서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올인원 VR 헤드셋인 ‘프로젝트 얼로이(Project Alloy)’를 발표했다.

크르자니크 CEO는 기조연설에서 “프로젝트 얼로이는 실제 현실과 가상현실을 융합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서 인텔은 프로젝트 얼로이를 통해 가상의 드럼을 연주하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인텔은 또 가상으로 친구들과 만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는 일반 사진뿐만 아니라 3차원(3D) 사진까지 촬영할 수 있는 인텔의 ‘리얼센스(RealSencse)’ 카메라 기술을 통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VR의 가상 이미지와 AR의 현실감을 결합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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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이 주창하는 MR은 마이크로소프트(MS)가 홀로렌즈 등에 사용하고 있는 혼합현실(mixed reality)이란 개념과 비슷하다. 사실상 거의 같은 개념을 다른 용어로 표현한 것이다. MS의 홀로렌즈는 의학 건축 디자인 등의 분야에서 유용하게 쓰일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예컨대 의료 기술을 공부하는 학생은 홀로렌즈를 통해 가상의 시신으로 부검 실습을 할 수도 있다.

인텔의 알로이는 별도로 연결하는 기기 없이 디바이스 자체만으로 VR을 시현한다는 게 특징이다.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 처리 장치, 배터리, 센서 등이 헤드셋에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PC 스마트폰 등과 연결해서 사용하는 오큘러스 리프트나 HTC의 바이브, 삼성전자의 기어VR 등과 차별화된다.

인텔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VR 생태계 조성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MS와도 손을 잡았다. 테리 마이어슨 MS 윈도 담당 임원은 인텔개발자포럼에서 “내년부터 출시될 모든 윈도10 PC가 홀로그래픽을 지원하고, 인텔 기기 등과 연동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앱(응용프로그램)을 인텔 VR 기기에 접목하며 관련 시장을 선점해 나가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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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G도 투자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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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업체들도 VR산업에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달 초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노트7을 공개하며 기어VR 새 모델을 함께 발표했다. 새로운 기어VR은 시야각이 기존 96도에서 101도로 넓어져 더욱 몰입감 있는 영상을 제공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스마트폰 등과 연결하는 USB 포트는 타입-C 포트와 마이크로 타입 두 가지를 모두 지원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USB 타입-C 포트 탑재로 게임 콘솔 등 외부 기기 연결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VR 기기는 물론 소프트웨어(SW) 경쟁력도 강화할 계획이다.

LG전자는 지난 2월 전략폰 G5를 선보이며 VR 헤드셋 ‘LG 360 VR’과 360도 사진·영상 촬영이 가능한 ‘LG 360 캠’을 함께 공개했다. LG 360 VR은 초경량(118g) 제품으로 당시 행사 참가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G5 등 스마트폰과 연결해 VR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2m 거리에서 130인치 크기의 스크린을 보는 것과 같은 몰입감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LG전자는 차기 VR기기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후속작은 해상도를 대폭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VR·AR 시장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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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 게임 등에 집중하고 있는 HTC는 관련 펀드도 조성 중이다. 앨빈 그레일린 HTC 사장은 최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상하이 2016’ 기조연설을 통해 “벤처캐피털 회사 28곳 등과 함께 100억달러(약 11조5800억원) 규모의 VR 펀드를 조성할 것”이라며 “VR은 스마트폰을 잇는 차세대 파괴자”라고 강조했다.

소니는 오는 10월 게임에 특화한 VR 기기 ‘플레이스테이션VR’을 정식 출시하며 50여종의 전용 게임을 동시에 발매할 예정이다. 구글은 스마트폰 없이 독자적으로 사용하는 VR 헤드셋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년 전만 해도 큰 관심을 받지 못했던 VR산업이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것은 가격 혁신과 하드웨어의 진보 덕분이다. 정보기술(IT)업계 관계자는 “요즘 출시되는 VR 기기들은 잔상에 의한 어지러움을 적게 느끼도록 신기술을 접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의 투자은행 디지캐피털은 AR·VR 시장 규모가 2020년 1500억달러(약 173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중 VR산업은 300억달러인 반면 AR산업은 1200억달러로 4배에 달한다. AR 분야의 성장 잠재력이 더 크다는 뜻이다. 두 기술이 섞여 혼합·융합현실 시대가 본격화하면 관련 시장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