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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의 맥] 생활속 화학 안전관리, 소통의 장 넓힌다

입력 2016-08-22 17:35:42 | 수정 2016-08-22 22:56:43 | 지면정보 2016-08-23 A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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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명 발전 이끌어온 화학물질
안전성 관련 불안감은 커지고 있어
모든 성분 조사하고 대화 늘릴 것"

이정섭 < 환경부 차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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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7년 10월1일 독일에서 처음 출시된 탈리도마이드는 진통제와 임신부의 입덧 방지제로 각광받으며 유럽, 아프리카, 일본 등 40여개 국가에서 폭넓게 사용됐다. 그러나 이듬해부터 이 약을 복용한 임신부들이 팔과 다리가 짧거나 없는 기형아를 출산하면서 1962년 금지물질로 판정받았다. 그러나 1960년대 초반 이스라엘의 한 의사는 한센병 환자들에게 수면제로 탈리도마이드를 사용했는데 이 약이 항암 치료제로도 효과가 있음을 밝혀냈다. 현재는 탈리도마이드 구조를 변경시킨 항암제가 출시돼 약 25억달러의 연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화학물질은 때로는 인류에게 치명적인 부작용을 안겨주기도 하고, 아픈 사람을 살리는 치료약이 되기도 했다. 탈리도마이드는 화학물질의 양면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요즘 한국에서는 화학물질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 국민은 생활화학제품의 안전성에 대해 매우 불안해하고 있다. 소위 ‘화학포비아’ 현상까지 보이는 실정이다. 합성화학물질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노케미족’도 등장했다.

화학물질은 20세기 현대문명의 발전을 이끌어온 주역이다. 보존제는 유통소비과정에서 음식이 부패하지 않도록 해 장기보관을 가능하게 해준다. 항생제는 세균을 죽여 치명적인 병을 치유할 수 있다. 우리의 생활을 편하게 해주는 중심에는 화학물질이 있다. 아울러 화학물질은 한국 경제의 한 축도 담당한다. 한국은 세계 5위의 석유화학산업 생산능력 보유국으로 화학산업 성장은 우리 경제 발전에도 지대한 영향을 준다. 공포와 불안의 대상이지만, 삶의 질 향상에 탁월한 기여를 해온 화학물질. 어떻게 해야 화학물질과 화학제품을 현대사회 발전의 촉매제로 계속 활용할 수 있을까.

해결책은 화학물질을 안전하게 관리하고 사용하는 것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국제사회는 화학물질과 화학제품 사용의 안전성을 강조해왔다. 유럽연합(EU)은 화학물질의 유해성 정보가 없으면 시장 출시를 금지하는 화학물질 관리제도(REACH)를 2007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살균제 등 살생물제의 경우 EU나 미국은 일반 화학물질과 별도로 중장기적인 계획 아래 체계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우리도 2015년부터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률과 화학물질 관리법을 시행해 화학물질 공동등록 제도, 화학물질 보고제도, 위해우려제품 관리 확대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화학물질·제품의 안전성 관리를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환경부는 화학제품의 전 성분을 전수조사해 안전성을 검증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올해 말까지 위해우려제품에 대한 조사를 완료하고 내년부터는 조사의 범위를 공산품 등으로 확대할 것이다. 장기적으로 살생물질을 별도로 관리하는 살생물 관리제도를 도입, 승인된 물질과 허가된 제품만 사용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하지만 정부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화학물질을 취급하고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는 화학물질의 유해성과 위해성을 사전에 파악해 국민이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화학제품 내 성분을 국민이 알기 쉽게 하고, 화학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사회학자 울리히 벡은 위험사회론에서 현대사회가 위험을 끊임없이 재생산한다고 했다. 국가가 위험을 잘 다스리고 최소화하는 방법은 위험을 과학으로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국민과 대화하며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합의를 도출해 내는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화학물질의 위험으로부터 국민 안전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다양한 소통의 장을 마련해나갈 계획이다. 화학물질이 현대문명의 이기로 사용될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 시민단체, 국민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이정섭 < 환경부 차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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