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런던 동북부에 있는 테크시티(Tech City). 세계 3대 벤처창업단지 중 하나로 꼽히는 이곳은 2000년대 후반까지만 하더라도 쇠락한 공업단지였다. 섬유 기계부품 공장이 하나둘씩 문을 닫으며 슬럼화가 되고 있었다. 그랬던 테크시티는 10년도 채 안 돼 완전히 탈바꿈했다.

핀테크(금융+기술) 업체 등 5000개 이상 창업기업은 물론 페이스북 구글 맥킨지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및 컨설팅업체들이 입주한 ‘영국판 실리콘밸리’로 변신하면서 영국을 세계 핀테크 최강국으로 끌어올린 주역이 됐다. 영국은 지난해 핀테크산업에서만 65억파운드(약 11조2000억원)의 매출을 거두고 6만1000여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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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국가 브레인이 없다] 민·관 머리 맞대고 7년간 미래 준비…핀테크 허브로 부상한 영국
◆핀테크 최강국 영국의 비결

테크시티의 대변신은 2010년부터 시작됐다. 몰락해가던 테크시티를 새로운 창업공간으로 바꾸자는 민간의 주장을 정부가 과감히 받아들인 덕분이다.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는 2011년 11월 전문가들과 함께 테크시티 조성안을 내놓고 7억8000만달러(약 8500억원)의 자금을 쏟아부었다. 성장성이 높은 창업기업의 투자·사업확장·상장 등을 집중 지원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내놓고 자본금 0원으로도 회사 창업이 가능하도록 규제를 과감하게 풀었다.

박수용 글로벌핀테크연구원장(서강대 교수)은 “테크시티의 부상은 영국이 2000년대 중반 이후 제조업을 대체할 신성장동력으로 ‘지식경제’를 선택하고 IT 소프트웨어 디자인 등에 집중 투자한 결과”라며 “국가의 장기 전략 설정과 지속적인 실행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장기전략 수립에 나선 각국

한국 정부가 장기 국가 전략을 방치하고 단기 과제에 매몰돼 있는 동안 세계 각국 정부는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중국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중국제조 2025’ 계획을 세우고 ‘제조업 대국’에서 ‘강국’으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전통 제조업에 인터넷 기술을 접목해 디지털 선반과 기계로봇, 신에너지 자동차, 항공우주장비, 해양공정장비 등 10대 산업을 향후 10년간 고부가가치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일본은 로봇산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로봇 신전략 5개년 계획’을 통해 2020년까지 제조 분야에서 현재의 2배인 1조2000억엔, 서비스분야에선 현재의 20배인 1조2000억엔까지 시장 규모를 확대하기로 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총리 직속 기구로 ‘로봇 혁명 실현회의’도 구성했다.

독일은 ‘인더스트리 4.0’이란 미래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사이버물리시스템(CPS),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컴퓨팅을 제조업과 접목해 ‘4차 혁명’의 강국으로 나서겠다는 목표를 실행하고 있다.

◆비경제 분야 미래 연구도 활발

각국 정부는 경제 분야 외에도 노동, 인구, 사회안전 등 사회·복지 분야에 대한 장기 연구도 집중하고 있다. 핀란드 정부는 4년에 한 번씩 ‘15년 후의 미래상’을 예측한 뒤 대응방안까지 만들어 의회(미래상임위원회)에 제출하고 있다. 노동인구 감소, 연금·복지 개혁, 유럽연합(EU) 확대, 정보통신기술 육성, 지역격차 확대, 환경친화적 산업 육성 등 다양한 분야를 포괄하는 방대한 미래 연구 작업이다.

EU도 집행위가 중심이 돼 2020년까지 사회혁신 전략과 목표를 제시한 ‘유럽 2020’을 내놓았다. 노동시장 현대화, 지역 통합 촉진 등을 통해 사회혁신을 이룰 수 있는 과제들을 담고 있다. 영국은 총리 직속으로 미래전략단을 설치했다. 세계화, 경제번영, 기회 확대, 인구변화, 사회안전 강화 등 다양한 분야의 미래 환경을 전망·분석하고 이슈별로 보고서도 내고 있다.

이상열/이승우/박동휘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