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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슬램' 달성한 박인비] '인비 역사' 쓴 한마디 "도망가지 말자"

입력 2016-08-21 18:06:05 | 수정 2016-08-22 00:09:54 | 지면정보 2016-08-22 A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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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간절했던 올림픽
손가락 부상으로 출전 고심
"포기땐 욕먹지 않았겠지만 비겁하긴 싫었다"

2008년 US오픈 우승 후 슬럼프
2012년 에비앙 우승하며 자신감 회복 '승승장구'
2015년 브리티시오픈 제패로 커리어그랜드슬램 달성

"2020년 도쿄올림픽은 또 다른 좋은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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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고(忍苦)의 인비다. 포기하고 싶은 충동과 좌절을 딛고 간절한 꿈을 이뤄내 스스로 역사가 됐다. 치밀한 준비로 불가능을 가능으로 뒤집은 반전 드라마를 썼다. 사상 최초의 ‘골든커리어그랜드슬래머’ 박인비다. 21일(한국시간) 그는 1900년 파리 대회 이후 116년 만에 열린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여자 골프에서 나흘 동안 16언더파를 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미 커리어그랜드슬램을 기록한 터였다. 그가 마지막 퍼트를 홀컵에 떨구며 골든슬램을 완성했을 때, 갤러리 사이에서 ‘박인비! 박인비!’를 연호하는 함성이 터져나왔다. 시상식 맨 꼭대기에 올라 금메달을 목에 거는 순간, 하늘에서 다섯 대의 비행기가 곡예비행을 했다. 교민들은 하나같이 태극기를 흔들며 목청껏 애국가를 불렀다.

그는 “마치 자석이 붙은 것처럼 공이 홀컵으로 빨려 들어갔다. 무한대의 에너지가 전달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성원 없이는 실현할 수 없었던 꿈”이라고 감격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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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카 생각지도 않아”

올림픽에서 원하던 골프가 부활했지만 출전부터가 고난이었다. 세계랭킹 2위로 모든 출전 기준을 충족했지만, 올 시즌 시작된 왼쪽 엄지손가락 통증이 좀체 낫지 않았다. 엄지에 클럽 무게가 자주 실리면서 인대에 염증이 생긴 탓이었다. 커트 탈락을 밥먹듯 했다. 라운드 성적이 80타를 넘나들었다.

지난 3월부터는 거의 두 달 동안 부상 치료를 위해 ‘개점휴업’을 했다. 브리티시오픈 우승과 커리어그랜드슬램으로 ‘이룰 걸 다 이룬’ 만큼 더 이상의 동기 부여가 힘들어 ‘인비 시대는 끝났다’는 말까지 나왔다. 일종의 ‘번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이 그를 삼킬 것이란 얘기였다.

“최악의 실력으로 최고의 무대에 가겠다는 건 민폐다. 후배들에게 양보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비아냥도 들었다. 그는 “나 역시 내 실력을 예측할 수가 없었다”며 “이때가 가장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몰입과 치밀한 준비의 승리

그는 완벽주의자다. 완벽한 준비 상태가 되지 않으면 초조해하는 성격이다. 코스에서는 웃지도, 울지도 않는다. 오로지 샷 하나, 퍼트 하나에만 몰입한다. 그는 “언제 울어봤는지 기억이 없다. 지난 2월 시아버님이 돌아가셨을 때가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문제는 완벽주의의 함정이었다. 2008년 US여자오픈 우승이 약이 아니라 독이 됐다. 더 완벽한 스윙에 눈을 돌렸다. 슬럼프가 그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2009년부터 3년간 그는 우승컵을 들어올리지 못했다.

하지만 이때도 포기하지 않았다. 남편 남기협 씨와 해법 찾기에 몰입했다. 2012년 반전의 계기를 잡았다. 그해 7월 ‘제5의 메이저’로 불린 에비앙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2013년 4월에는 처음으로 세계랭킹 1위에 올라 ‘골프여제’ 자리를 꿰찼다. 그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상금왕과 올해의 선수상을 석권했다. 2015년에는 브리티시오픈을 제패하며 커리어그랜드슬램을 달성했고 올해 6월 드디어 ‘명예의 전당’ 입회라는 오랜 꿈도 이뤄냈다.

◆또 다른 도전 ‘도쿄올림픽’

하지만 올해 찾아온 두 번째 슬럼프는 종류가 달랐다. 육체가 망가지면서 정신까지 함께 그를 무너뜨렸다. 출전을 선언했지만 포기하고 싶은 충동이 하루에도 수십번씩 끓어올랐다.

박인비는 “포기하면 최소한 욕은 먹지 않을 거란 비겁한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한계에 도전하는 올림피언 정신을 저버리고 싶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부딪쳐 보자.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직시하자”고 마음을 다잡았다. 지카 바이러스는 아예 신경도 쓰지 않았다는 게 그의 말이다.

박인비는 “흐트러진 스윙을 바로잡는 데 모든 시간을 투자했다”며 “두 달이 걸렸고 결국 해냈다”고 말했다. 그는 “한계에 도전한 나 자신의 용기를 칭찬해주고 싶다”고 했다. 박인비는 “2020년 도쿄올림픽에 골프 단체전 종목이 있다면 좋은 목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에너지가 완전히 방전된 만큼 휴식을 취하고 싶다는 얘기와 함께였다.

“제 스윙은 계속 진화하는 것 같아요. 올림픽이 새로운 골프를 찾는 데 도움을 줬으니 전 행운아입니다.” 박인비는 대한골프협회에서 금메달 포상금 3억원을 받는다. 정부도 6000만원의 포상금과 월 100만원의 연금을 준다. 이들을 다 합쳐 일시금으로 받으면 4억2720만원이다.

리우데자네이루=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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