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가 브레인이 없다] 관료들 필수 '정책 참고서'였는데…민간 경제연구소 보고서 2010년 이후 자취 감춰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민간 경제연구소는 한국의 거시경제 정책 수립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정부는 정책을 입안하기 전 민간 연구소와 피드백을 주고받는 형태로 사전 협의 과정을 반드시 거쳤다. 그만큼 민간 경제연구소엔 양질의 인력이 풍부했고, 이들이 발간하는 보고서는 경제 관료 사이에 화제가 됐다.

1986년부터 기업들은 경쟁적으로 민간 경제연구소를 설립했다. 1986년 4월 ‘럭키경제연구원(현 LG경제연구원)’이 설립되고 7월엔 삼성생명이 부설연구기관으로 삼성경제연구소를 세웠다. 3개월 뒤인 10월 현대경제사회연구원(현 현대경제연구원)이 문을 열었다.

민간 특유의 순발력과 창의적인 발상으로 이들이 낸 보고서는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다. 인력풀도 막강했다. 국내 박사급 연구인력이 많지 않던 1990년대까지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인력은 최대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과 맞먹을 정도였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노무현 정부 시절 ‘산업 클러스터 육성 전략’ 등 참신한 화두를 던져 정책에 반영시키기도 했다. 한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민간 경제연구소 소장들은 2000년 초반까지 수시로 경제부총리 등과 경제 동향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주요 그룹이 연구소를 구조조정 1순위로 올리면서 위세가 축소되기 시작했다. 2013년 삼성경제연구소가 ‘인하우스’ 조직으로 전환되면서 현재 정기적으로 거시 경제 분석에 대한 외부 보고서를 내놓는 민간 연구소는 현대와 LG경제연구원 두 곳뿐이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