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스 탐나서 사요"…재밌는 화장품 뜬다
LG생활건강의 브랜드 더페이스샵은 지난 7월 디즈니와 협업해 쿠션을 내놨다. 쿠션 파운데이션에 디즈니 캐릭터를 그려 넣었다. 소품처럼 만든 것. 이 제품은 출시 사흘 만에 준비한 13만개가 모두 팔려나갔다. 지금도 더페이스샵이 앞서 내놓은 쿠션보다 4배가 넘는 속도로 팔리고 있다.

화장품 시장에서 디자인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화장품 회사들은 디즈니 등 다양한 업체와 협업하거나 전담팀을 구성해 새로운 디자인의 제품을 내놓고 있다. 국산 화장품의 품질이 브랜드에 따른 차이를 쉽게 파악하기 어려울 만큼 전체적으로 높아져 디자인을 통한 차별화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다.

◆재치있는 디자인으로 세계시장 승부

토니모리 경영진은 올초부터 브랜드 콘셉트를 놓고 고민했다. 유럽 등 해외 진출을 앞두고 소비자들에게 한마디로 전달해줄 브랜드 정체성이 필요했다. 하지만 지난 5월 유럽 14개국 매장에서 화장품을 팔기 시작할 때까지도 이를 제대로 잡아내지 못했다. 그 고민을 풀어준 것은 소비자들의 반응이었다. 프랑스 독일 등 세포라 매장에서 소비자들은 토니모리의 바나나 핸드크림, 판다 아이스틱 등 디자인이 귀엽고 독특한 제품에 열광했다. 입점한 뒤 3주 만에 제품이 매진된 것. 2개월간 토니모리가 유럽에서 올린 매출만 530억원이 넘었다. 토니모리는 품질에 재미를 더한다는 브랜드 콘셉트를 찾아냈다. ‘위티뷰티(재치있는 아름다움)’가 토니모리의 디자인 콘셉트가 됐다. 배해동 토니모리 회장은 “세계 어느 브랜드와 비교해도 용기 디자인에 자신 있다”며 “토니모리만의 재치있는 디자인으로 세계 시장을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

디자인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화장품 회사들은 디즈니 등 만화캐릭터 업체와 다양한 협업을 하고 있다. 올 상반기만 해도 웨딩피치(에뛰드하우스), 디즈니(더페이스샵), 밤비(이자녹스), 미니언즈(미샤) 등 만화 캐릭터와 협업한 화장품이 여럿 출시됐다. 토니모리도 일본 애니메이션 포켓몬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다음달에 제품을 내놓기로 했다. 화장품 회사들이 만화 캐릭터를 활용하는 이유에 대해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어린 시절 즐겨 봤던 만화 주인공이 그려진 화장품을 소비자들이 친숙하게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만화 마니아들이 인물 모형(피규어)을 모으는 것처럼 만화 캐릭터가 들어간 화장품을 수집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기능에 재미 더한 ‘펀’ 마케팅

화장품 회사들의 디자인을 통한 마케팅은 단순히 제품을 재미있게 만드는 데 그치지 않는다. 용기와 내용물을 소비자가 직접 조립할 수 있게 해주는 화장품도 있다. 이니스프리는 소비자들이 케이스와 내용물을 고른 뒤 직접 조립하는 ‘마이쿠션’을 내놨다. 100가지 용기와 12가지 퍼프, 내용물 3가지 중 마음에 드는 것을 하나씩 고르면 3600가지 조합을 만들 수 있다.

랑콤이 판매하는 흔들어 쓰는 틴트 ‘쥬시 쉐이커 칵테일 틴트’, 베네피트의 마술봉 모양 눈썹 마스카라도 성능에 재미를 더한 제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화장품의 품질은 대체로 비슷해지고 있다. 기업들이 직접 생산도 하지만, 제조업자개발생산(ODM) 기업에 상당 물량을 위탁생산하기 때문이다. 한국콜마와 코스맥스, 인터코스 등의 글로벌 ODM 기업들은 높은 기술력을 기반으로 수백개 브랜드에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