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닛 옐런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의 잭슨홀 출장을 앞두고 세계 금융시장의 눈과 귀가 그의 입에 쏠리고 있다. 잭슨홀 미팅은 캔자스시티연방은행 주최로 매년 열리는 경제정책 심포지엄이다. 옐런 의장은 이 행사에서 ‘미국 통화정책의 도구(tool-kits)’라는 제목으로 강연한다. 연설 내용에 추가 금리 인상 시기에 대한 힌트가 담길지가 관심을 끈다.
헷갈리는 미국 금리인상…26일 옐런이 나선다
◆옐런 측근들 “9월 인상 가능”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옐런 의장은 행사 둘째날인 26일 오전 8시(한국시간 오후 11시)에 30분간 강연할 예정이다. 강연 주제만 공개됐을 뿐 어떤 내용이 담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옐런 의장의 연설 내용을 두고 언론들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와 마켓워치 등은 “옐런 의장이 9월 금리인상에 대한 강한 신호를 보낼 것”이라고 예측했다. 근거는 세 가지다. 우선 측근 발언이다. 금리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부의장으로, 옐런 의장의 복심(腹心)으로 통하는 윌리엄 더들리 뉴욕연방은행 총재는 지난 16일 “적절한 추가 금리인상 시점에 점점 다가가고 있다”며 “9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옐런 의장의 샌프란시스코연방은행 총재 후임자면서 평소 많은 의견을 나누는 것으로 알려진 존 윌리엄스 총재도 18일 “미국 경제가 개선되고 있다”며 “조속한 추가 금리인상이 적절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제지표도 금리인상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지난달까지 2개월 연속 25만개 이상 신규 일자리가 나왔고, 실업률은 4.9%까지 떨어졌다. 달러 약세도 기회다. 도이치뱅크 외환전략가인 앨런 더스킨은 “달러 가치는 연초 대비 4.3% 하락한 상황”이라며 “강(强)달러에 대한 부담이 최소화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과열 양상을 보이는 주식시장도 금리인상 필요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대선 등으로 금리인상 부담될 것”

반론도 만만찮다. WSJ는 “옐런이 금리인상 시기를 논하기에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우선 물가 상승과 경제활동 등이 금리를 올릴 정도로 충분하지 않다. 17일 공개한 7월 FOMC 회의록에서도 금리인상 전에 더 확실한 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80일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선거 일정도 부담이다.

이달 초 WSJ가 62명의 경제전문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71%가 12월 인상 가능성을 예측했다. 9월 인상 가능성은 18%에 그쳤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의 이코노미스트 미셸 메이어는 “옐런 의장이 금리인상 시기 등 구체적 현안보다 실질 균형금리 등 다소 학술적인 이슈를 던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질 균형금리는 경기과열이나 하강을 유발하지 않으면서 완전고용과 2% 인플레이션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중립적 이자율 수준이다.

◆‘마이너스 금리정책’ 공식 논의 주목

Fed 이코노미스트 출신의 김진일 고려대 교수는 “행사 기간에 각국 중앙은행장이 마이너스 금리정책을 놓고 본격적인 토론을 벌이는 대목이 주목된다”고 말했다. 마이너스 금리가 잭슨홀 미팅의 세미나 주제가 된 것은 1978년 행사가 시작된 이후 38년 만에 처음이다.

마이너스 금리 정책에 대한 주제발표는 마빈 굿프렌드 카네기멜런대 교수가 맡을 예정이다. 참석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정상화되지 않는 경제상황을 되돌리기 위해 유럽연합(EU), 일본 등이 도입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의 성과와 한계, 성공 조건 등을 토론한다.

■ 잭슨홀 미팅

미국 지역 12개 연방은행 중 하나인 캔자스시티연방은행이 주최하는 경제정책 심포지엄이다. 1978년 농업 관련 학술대회로 시작했다가 1982년 당시 미 중앙은행(Fed) 의장인 폴 볼커가 참석하면서 경제정책 심포지엄으로 자리잡았다. 세계 40여개국의 중앙은행장, 경제학자, 투자자, 언론인 등 120여명이 초청받아 참석한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