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가 분단된 지 71년. 분단 상황이 길어지면서 통일에 대한 국민의 관심은 점차 사그라지고 있다. 통일부 등이 지난 10여년간 청소년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가 이를 말해준다. 통일의 필요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답한 비율은 1997년 85.0%에서 2014년 53. 5%로 급감했다. 통일을 어렵고 막막하고 딱딱한 주제로만 여겨 ‘별 관심이 없다’고 말하는 이들도 많아졌다.

◆즐거운 상상부터 진지한 담론까지

기발한 통일의 꿈·열정·담론…29초 영상에 담아주세요
국민이 통일 이야기를 자유롭게 꺼내놓고 소통하며 통일의 의미를 짚어보는 영화제가 열린다. 통일부와 한국경제신문사가 함께 여는 ‘통일부 29초영화제’다. 22일부터 다음달 22일까지 영상을 공모하는 이번 영화제의 주제는 ‘OOO, 그래서 통일입니다’ ‘통일은 나에게 OOO이다’ ‘하나가 된다는 것’ 등 세 가지. 마음에 와 닿는 주제를 자유롭게 선택해 29초 분량의 영상을 만들어 출품하면 된다.

영화제 사무국은 “통일 후 미래에 대한 가볍고 즐거운 상상부터 진지한 민족적 담론까지 다채로운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통일입니다’ 앞에 ‘진짜 함흥냉면을 먹고 싶다’ ‘여름휴가는 개마고원으로’ ‘함께하면 세계 최강’ ‘평화로운 동아시아’ 등을 넣는 식이다.

김형석 통일부 차관은 “북한 핵·미사일 도발로 인한 엄중한 상황이라 더욱 평화통일의 중요성이 강조돼야 한다”며 “스마트폰 등을 통해 편리하게 영상을 감상할 수 있는 29초영화제는 국민 누구나 통일을 주제로 소통하며 통일을 꿈꿀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영화제 개최 이유를 밝혔다.

김 차관은 “한반도가 분단의 상처를 치유하고 풍요로운 미래를 향해 도약하는 길은 바로 통일”이라며 “국민 모두가 통일에 대한 꿈을 함께 꿀 때 새로운 한반도 통일시대가 현실로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통일을 주제로 기발한 창의력과 아이디어를 담은 영상을 통해 모든 국민이 함께 통일에 대한 꿈과 열정을 갖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전 국민의 축제로…총상금 2000만원

이번 영화제는 전 국민의 축제를 지향한다. 시상식은 오는 10월19일 정부서울청사 별관 강당에서 열린다. 평소 국민이 쉽게 가보기 힘든 정부청사에서 시상 행사를 열어 정부와 국민의 소통 기회를 마련한다는 취지다. 영화감독과 배우, 대학교수, CF 감독, 통일부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가 세 차례에 걸쳐 심사한 뒤 시상식장에서 당선작을 발표할 예정이다. 총상금은 2000만원이다.

2011년 출범한 29초영화제는 그동안 1000만명 이상이 참여한 국내 최대 초단편 영화제다. 국가 안보, 법, 어려운 이웃에 대한 봉사 등 우리 사회가 관심을 갖고 돌봐야 할 공익분야를 두루 다뤄왔다.

지난달 열린 국립서울현충원 29초영화제는 호국영령에 대한 감사와 애국정신 의미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 열린 국군 29초영화제 수상작은 케이블 TV 채널과 국군방송으로 방영돼 군인들에게는 응원을 전하고, 일반인에게는 올바른 국방의식을 알렸다. 지난해 법무부 29초영화제는 전국 교도소를 돌며 수상작 순회 상영회를 열어 수형자들에게 준법의식을 홍보했다.

통일부는 “젊은 영상감독들의 등용문인 29초영화제를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지속적인 사업으로 키워나가고 싶다”며 “이번 영화제를 통해 발굴한 20~30대 젊은 영상세대 감독들을 ‘통일 홍보대사’로 적극 지원, 양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영상에 관심이 있는 국내외 청소년과 일반인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나이와 국적에도 제한이 없어 어린이나 외국인의 눈으로 본 한반도 통일에 대한 영상을 내도 좋다. 출품 희망자는 29초영화제 홈페이지(www.29sfilm.com)에 작품을 등록하면 된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