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경제가 올해 1.0%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다. 내년 성장률은 이보다 훨씬 높은 1.8%에 이를 전망이다. 2013년 -0.2%로 곤두박질친 성장률과 비교하면 상당히 고무적이다.

덴마크는 북유럽 복지국가 중 하나로 잘 알려진 나라지만 경제는 활력을 잃어가고 있었다. 늙어가는 인구, 생산성 하락, 복지지출에 따른 재정 고갈이 발목을 잡았다. 성장률이 다시 1%대로 회복세를 보이는 것은 그럴 만한 돌파구를 찾았기 때문이다. 생산라인에 로봇을 투입하는 공장 자동화가 비결로 꼽혔다.
덴마크 '마이너스 성장' 탈출 비결은 로봇
◆‘세 가지 덫’에 걸린 경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15년 100만여명인 덴마크의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2030년 27%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한창 일할 연령인 20~64세 인구는 0.5%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령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기술을 보유한 숙련노동자도 지난 20년간 감소해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0%대로 떨어졌다.

노동력 부족을 외국인 노동자로 보충할 처지도 못 된다. 집권당인 자유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한 덴마크 국민당(PP)이 반(反)이민 여론을 이끌고 있다. 젊고 값싼 노동인력을 해외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런데도 덴마크 정부는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1에 이르는 복지지출을 매년 감당해야 한다. 현재 65세인 연금수령 나이를 2030년까지 68세로 늦추기로 한 배경이다. 같은 맥락에서 덴마크 기업들도 정년을 늦추는 추세다. 경제 성장이 뒷받침하지 않으면 무너질 수 있는 복지 구조다.

◆산업로봇으로 활력 찾아

인구 570여만명의 덴마크 경제가 찾은 해법은 로봇이었다. 숙련공이 부족해지자 2013년부터 산업용 로봇을 투입하는 60개의 공장자동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미국이 1990년 중반 이후 컴퓨터, 산업용 로봇 투입 등으로 달성한 생산성 증가율을 같은 시기 덴마크에 적용했으면 GDP를 15% 더 늘릴 수 있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공장 자동화 프로젝트를 위해 정부에서 투자받은 기업들은 2년 만에 투자금을 갚고도 이익을 냈다. 이 같은 정책에 힘입어 덴마크의 산업용 로봇밀도는 1위인 한국(2015년 기준 제조업 노동자 1만명당 478대), 2위 일본(315대), 3위 독일(194대) 등에 이어 여섯 번째(186대)를 기록했다. 경제는 다시 활력을 띠기 시작했다. OECD는 올해 덴마크 경제가 1.0%, 내년엔 1.8%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공장 자동화가 늘어나자 해외로 나갔던 공장도 회귀했다. 덴마크 상공회의소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해외로 유출된 15만개 일자리가 덴마크로 되돌아왔다고 집계했다. 아담 르벡 상공회의소 기술기업 담당자는 “로봇이 제품 품질과 생산비용을 개선하는 효과를 가져다주고 있다”고 말했다.

◆왕성한 로봇 개발 산업

덴마크가 산업용 로봇 활용에 성공한 데는 탄탄한 로봇 개발 인프라가 한몫했다. 인구 17만명의 오덴세시에는 로봇 관련 기업이 70개 이상 밀집해 연간 7000대 이상의 로봇을 생산하고 있다.

‘로봇 허브’로 불리는 이곳에선 로봇 아이디어가 채택되면 24개월간 무료로 사무·작업공간, 회의실, 카페 등을 사용할 수 있다. 덴마크 로봇산업의 중추인 덴마크기술연구소(DTI)는 기술적인 자문을 제공한다. 투자자와 연결도 해준다.

이들 기업이 개발한 로봇은 공장에서 무거운 것을 나르는 것부터 미세 용접, 조립에 이르기까지 활용되면서 부족한 숙련노동력을 메우고, 기존 노동자의 생산성도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