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최대은행 도이치뱅크의 회계부정을 폭로한 내부고발자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포상금을 거절했다. 회계부정 책임자를 제대로 처벌하지 않은 것에 대한 항의 표시다.

도이치뱅크의 리스크관리 직원이던 에릭 벤 아르치는 SEC가 내부고발자 포상계획에 따라 지급하기로 한 포상금을 받지 않겠다는 뜻을 1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에서 밝혔다. 벤 아르치는 도이치뱅크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절정기에 파생상품의 위험성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아 회계를 조작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SEC는 그의 제보를 근거로 도이치뱅크에 5500만달러(약 615억원)의 벌금을 매겼다. SEC는 2011년 도입한 내부고발자 포상제도에 따라 벤 아르치와 도이치뱅크의 전직 트레이더 매트 심슨 등 두 사람에게 각각 825만달러(약 92억원)를 주기로 했다. 포상제도가 시행된 이후 세 번째로 큰 금액이다.

벤 아르치는 “SEC가 부과한 벌금은 주주가 아니라 은행 임원 개개인이 내야 한다”며 “SEC와 도이치뱅크가 간부 인력을 교류하면서 회계부정 책임자를 처벌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FT는 “SEC 사법부장과 수석고문이 도이치뱅크 출신”이라며 “벤 아르치의 지적이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고 전했다.

벤 아르치는 SEC가 제공하는 포상금 전액을 거부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자기 몫은 받지 않기로 했지만 도움을 준 변호사와 외부 전문가가 요구한 몫은 거절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