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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를 위한 경영학] (4) 비즈니스 분석학이 온다

입력 2016-08-19 16:58:20 | 수정 2016-08-19 16:58:20 | 지면정보 2016-08-22 S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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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학은 과학·경영의 융합
CEO는 이익과 비용 항상 고민
데이터 과학자도 경영마인드 필요

글로벌 기업들 빅데이터 진군
인사·조직 분야에도 적용
투명하고 효율적인 경영 선도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촌 곳곳에서 엄청난 양의 데이터가 발생하고 있다. IBM에 따르면 매일 250경바이트 이상의 데이터가 쏟아진다. 600메가바이트(MB) 영화 39억편 분량이다. 이 추세는 점점 가팔라지고 있어 지금까지 인류가 쌓은 총 데이터의 90%가 최근 2년간 발생했다고 한다. 인터넷, 모바일, 사물인터넷 등의 폭발적인 성장에 기인한 것이다.

이렇게 많은 데이터는 무슨 의미가 있을까. 보통사람들에게는 아무 소용이 없지 않을까. 맞는 얘기다.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 데이터는 어딘가의 저장장치에 방치된 채 잊힐 것이다. 그런데 이들 데이터가 가치를 갖게끔 가공해 주는 학문분야가 통합되는 추세다. 이들을 총칭해 ‘비즈니스 분석학’이라고 한다. 이런 데이터를 가공하는 사람은 ‘데이터 과학자’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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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대하게 생성되는 데이터를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데이터를 다루고 의미 있는 형태로 가공해 의사결정에 결정적인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는 데이터 과학자를 확보해야 한다. 미국에서만 150만명 이상의 데이터 과학자가 추가로 필요하다는 조사도 나온다. 데이터의 증가 속도에 비해 이를 취합하고 가공할 인력이 매우 부족하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많은 대학은 데이터 및 비즈니스 분석학 과정을 신설, 인력 양성에 나서고 있다. 반면 한국의 대학은 이런 흐름에서 뒤처져 있다. 분석학 전문가에 대한 기업의 수요가 별로 없고 대학의 학제 간 칸막이에 의해 수학, 전산학, 경영학 등의 전격적인 협업이 잘 이뤄지지 않는 문제가 있어서다.

세계적으로 비즈니스 분석학을 활용해 엄청난 효과를 얻은 성공사례는 많다. 유권자들이 전단, 방문, 전화 등을 통한 선거운동에 어떻게 반응할지를 분석해, 박빙 양상의 지역을 효과적으로 공략한 2012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대선캠프 사례가 잘 알려져 있다. 월마트는 기상재해 등이 발생하기 전에 수요가 급증할 물품을 미리 확보해 큰 경영성과를 올렸고, 프로 스포츠계에는 데이터를 근거로 저비용 고효율을 추구하는 머니볼(Money Ball) 이론이 자리 잡은 지 오래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이렇게 데이터를 활용해 성과를 낸 사례가 아직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구경제권에 집중돼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몇 가지 요인에 기인한다. 먼저, 서비스산업의 발전 정도다. 비즈니스 분석학은 기본적으로 정보기술(IT)서비스업에 해당한다. 부가가치 창출 관점에서 볼 때 선진국 경제중심은 서비스산업으로 옮겨진 지 오래다. 이는 비즈니스 분석학을 비롯한 IT서비스업 기업이 고수익을 창출할 사회적 기반이 다져졌음을 의미한다. 반면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도 유달리 제조업 비중이 높고 서비스업의 생산성 또한 제조업에 비해 매우 낮은 편이다. 각종 규제 탓에 서비스업종에 대한 자본투자가 힘들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 국회를 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다른 선진국의 상황과 대조적이다. 기업을 비롯한 많은 조직의 의사결정 과정에 객관적인 투자 대비 효용이 아닌 다른 논리가 비(非)정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특유의 조직문화 또한 그렇다.

최근 인텔의 인사·조직 담당자가 분석학을 활용해 기업 인사시스템을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개선한 사례를 접했다. 인텔을 비롯한 글로벌 대기업은 인사·조직 영역에 분석학을 활발히 적용하는 추세다. 인사·조직 영역은 매우 민감하고 문화적, 비정형적 요인이 뒤얽혀 있기 때문에 데이터 분석만으로 의사결정을 하기 어려운 분야다. 한국도 조직 투명성이 많이 높아지기는 했지만 파벌 및 온정주의와 지배구조상의 문제점 등이 아직까지 인사·조직 원칙을 좌우하는 게 현실이다. 데이터와 분석학을 중심으로 한 투명하고 효율적인 인사·조직 시스템 정착에 걸림돌이 존재하는 것이다.

구글 인공지능(AI)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대국으로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온 인공지능은 분석학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데이터 과학자가 주어진 상황에 맞는 데이터를 선택하고 가공하는 역할의 많은 부분은 소위 ‘인지기술(cognitive technology)’ 몫으로 넘어갈 전망이다. 데이터 과학자뿐 아니라 법조인, 의료인 등 전문 지식노동자의 입지가 매우 축소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분석학의 대가 토머스 대븐포트 교수는 △인지기술 간 조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역할 △인지기술을 관리하는 관리자 역할 △새로운 인지기술을 구현하는 역할 △당분간 인지기술이 대체할 수 없는 창조적인 영역 또는 세분화되고 전문화된 분야를 발굴하라고 조언한다.

예를 들어 사모펀드의 많은 분석업무는 사람이 15시간 걸릴 내용을 단 30분 만에 수행하는 전문 소프트웨어로 대체되는 상황이지만 이들을 전반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 좀 더 총체적인 가치창출을 이루는 방향으로 가든지, 아예 새로운 분석학 도구를 개발해 새로운 적용분야로 진출하라는 것이다. 어떤 전략이든지 결국 스스로의 역량을 키우고 시야를 넓혀 환경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라는 주문이다.

데이터 분석 결과를 의사결정에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과학자와 이를 활용하는 의사결정자 간 소통이 중요하다. 분석학은 과학과 경영의 융합분야다. 데이터 과학자는 데이터 수집 및 분석 과정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기에 이를 강조하는 경향이 많다. 그러나 의사결정자는 분석 결과가 경험적으로 제대로 된 통찰을 주는지, 기대되는 이득에 비해 이를 실행하는 데 수반되는 유무형의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지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 데이터 과학자는 이런 의사결정자의 관심사를 제대로 이해해 소통에 초점을 맞춰야만 분석의 성공적인 활용이 가능해진다.

데이터 과학자의 양성 과정에는 데이터 확보 및 가공 능력뿐 아니라 소통능력도 배양하는 융합적 학제과정을 갖춰야 함을 의미한다.

오정석 서울대 경영대 교수기사 이미지 보기

오정석 서울대 경영대 교수

데이터는 금광석과 같다. 19세기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금광이 발견됐을 때 제일 먼저 돈을 번 사람은 금 채굴 기술을 가진 사람이었고, 그다음은 정제 기술이 있는 사람, 그다음은 번 돈을 송금해주는 업자들이었다. 21세기 조직의 경쟁력은 데이터 소스를 확보하고 이를 정제·가공하며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능력에 달려있다. 국가경쟁력 측면에서 보면 이런 데이터 활용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이를 가능하게 해주는 분석서비스업을 활성화해 다양한 조직의 경쟁력을 제고할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관련 학문분야의 협업을 통한 데이터 과학자의 양성 및 공급을 활성화하고 기업 및 공공분야 기관의 수요가 늘어나는 선순환이 자리잡아야 할 것이다.

오정석 < 서울대 경영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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