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TV캐스트 내 무한도전 채널.
네이버 TV캐스트 내 무한도전 채널.
[ 박희진 기자 ] # 일요일 오후 자칭 '무도(무한도전) 마니아'인 박모씨(27)는 스마트폰에서 네이버 앱(응용프로그램)을 켜 TV캐스트에 들어간다. 전날 놓친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을 보기 위해서다. 미국에서 롤러코스터 미션을 수행하는 멤버들의 모습이 짧은 영상들로 올라와 있다. 2분 내외의 영상을 골라 보는 데 1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박씨는 "몇년 전만해도 무한도전 본방송을 놓치면 주문형비디오(VOD)를 다운받아 봤다"며 "요즘은 80분동안 방송에 집중하는 게 힘들어 주로 네어버에서 보고 싶은 부분만 골라 보는 편"이라고 말했다.

18일 네이버 TV캐스트 무한도전 채널엔 지난 13일 방송된 무한도전 493회에 대한 10편의 클립 영상(하이라이트를 담은 짧은 영상)이 올라와 있다.

TV 채널 11번을 통해 방송되는 무한도전은 김태호 PD를 비롯한 MBC 제작진이 만든다. 본방송을 잘게 조각낸 영상으로 네이버 TV캐스트에서 무한도전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이들은 누구일까.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동영상 플랫폼에 TV 방송의 클립 영상을 공급하는 곳은 '스마트미디어렙(SMR)'이라는 온라인 광고대행사다. 현재 지상파 3사와 CJ E&M, 종합편성채널(종편) 등이 SMR에 참여하고 있다.

SMR은 2014년 6월 방송사들이 유튜브를 비롯한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의 공세에 공동 대응하자는 취지에서 SBS와 MBC가 주축이 돼 만든 회사다. 모바일로 시청자 이탈이 가속화되고 온라인 동영상 시장에서 플랫폼의 영향력이 커지자 협상력을 키우기 위해 경쟁관계인 방송사들이 힘을 모은 것이다.

SMR은 소속 방송사 콘텐츠의 온라인 영상에 관한 광고영업을 대행한다. 온라인에서 소비하기 쉽게 만든 짧은 영상에 15초짜리 광고를 붙여 플랫폼 업체에 제공하는 식이다. 현재 SMR의 콘텐츠를 공급 받는 곳은 네이버 TV캐스트와 다음TV팟, 카카오TV 등이 있다.

다만 국내 동영상 플랫폼업체 1위인 유튜브에선 이들 영상을 볼 수 없다. SMR은 2014년 유튜브와도 콘텐츠 공급 계약을 맺기 위해 협상을 진행했지만 광고 수익 배분 조건이 맞지 않아 결렬됐다. 현재 유튜브에서 합법적으로 볼 수 있는 지상파, 종편 콘텐츠는 각 방송사들이 직접 운영하는 홍보·뉴스용 채널에 올라오는 것들로 제한된다. MBC엔터테인먼트, JTBC뉴스, tvN드라마 등이 이에 해당한다.

포털업체와 손을 잡은 SMR은 빠른 속도로 온라인 동영상 유통시장에서 세를 키우고 있다. 콘텐츠 독점권을 무기로 광고 수익 배분을 방송사에 유리한 쪽으로 만들고, 본영상 시청 전 의무적으로 봐야하는 광고 시간을 늘렸다. SMR은 지난해 약 300억원 매출을 올리며 당초 목표치를 뛰어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소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SMR이 지난해부터 유튜브에 방송 콘텐츠를 제공하지 않으면서 네이버 TV캐스트의 트래픽이 급증했다"며 "트래픽이 증가한 덕분에 현재 SMR의 광고는 방송 6개월 전에 완판되는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엔 온라인 동영상 시장에서 유튜브와 경쟁해야 하는 국내 포털업체의 상황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콘텐츠 확보가 절실한 포털업체들이 다소 불리한 계약 조건을 감수하고도 SMR과 손을 잡았기 때문이다.

현재 SMR은 클립 영상에 붙는 광고 수익의 90%와 영상편성권, 광고영업권을 모두 쥐고 있다. 포털은 장소 제공의 역할만 할 뿐 영상과 광고의 편집이나 채널내 배치에 대한 권한은 모두 SMR과 참여 방송사 쪽에 있다.

한 포털업체 관계자는 "최근 광고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클립 영상이 더 잘게 조각나는 추세"라며 "영상 시청자들의 불만이 쇄도하고 있지만 포털업체 입장에서 손쓸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귀띔했다.
국내 주요 동영상 플랫폼 앱 체류시간. / 자료=코리안클릭
국내 주요 동영상 플랫폼 앱 체류시간. / 자료=코리안클릭
포털업체 입장에선 계약 조건이 달갑지만은 않지만 이용자 확보와 플랫폼 인지도 상승이란 점에선 성과를 거뒀다. 시장조사업체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지난 7월 네이버 TV캐스트 앱의 평균 체류시간은 198.1분으로 2014년 동월 대비 21% 증가했다.

SMR과 등을 돌린 유튜브 역시 승승장구 중이다. 지난달 유튜브 앱의 평균 체류시간은 517.7분으로 2년 전보다 142% 증가했다. 성장폭으로 본다면 오히려 네이버 TV 캐스트보다 크다.

이에 오는 10~11월 SMR 측과의 재계약을 앞둔 포털업체는 이번 협상에서도 유리한 위치에 서기가 힘들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동영상 플랫폼이 SMR을 상대로 협상력을 키우려면 유튜브에 대적할 만한 힘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hotimp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