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이언 크르자니크 인텔 최고경영자가 인텔 개발자회의에서 에어로 플랫폼이 탑재된 드론을 설명하고 있다.  인텔 제공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인텔 최고경영자가 인텔 개발자회의에서 에어로 플랫폼이 탑재된 드론을 설명하고 있다. 인텔 제공
인텔이 LG전자 스마트폰의 두뇌가 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수탁생산한다. 영국 반도체 설계회사 ARM의 코어 설계를 쓰는 LG를 고객으로 확보하기 위해 인텔은 경쟁사인 ARM과 지식재산권(IP) 사용 계약을 맺었다. 이는 PC 중앙처리장치(CPU)에서 벗어나 신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인텔의 새로운 전략에 따른 것이다.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등 신사업 확대를 위해 지난 10년간 모바일 AP 시장에서 격전을 벌여온 ARM과 동침을 선택한 것이다.

적과의 동침으로 파운드리 사업 확대

10년 숙적과 손잡은 인텔 "로봇·IoT 모든 칩 만든다"
16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에서 열린 인텔 개발자회의(IDF)에서 인텔은 LG전자와 모바일 시스템온칩(SoC) 파운드리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제인 볼 인텔 부사장은 “LG전자가 인텔의 10나노미터(㎚) 공정을 기반으로 세계 최상급 모바일 플랫폼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AP와 모뎀칩을 결합한 이 칩은 2018년 초 나올 LG전자 스마트폰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는 그동안 AP를 대만 TSMC에 주문해 생산했다.

인텔은 이를 위해 최근 일본 소프트뱅크에 인수된 ARM과 IP 사용 계약을 맺었다. 인텔은 그동안 x86 프로세서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독자 AP를 생산해왔다. 하지만 ARM 아키텍처를 채택한 삼성 애플 퀄컴 등에 밀렸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최근 AP사업을 포기하고 대신 파운드리 강화를 위해 ARM과 협력하기로 한 것이다. 이를 통해 LG뿐 아니라 AP업계 5위 중국 스프레드트럼과도 파운드리 계약을 맺었다.

드론 로봇 IoT 장악 본격화

이날 기조연설에 나선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2시간 내내 융합현실(MR), 드론,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차 등에 들어갈 새로운 칩들을 소개했다. PC CPU 얘기는 한마디도 없었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신형 CPU와 이를 탑재한 새로운 노트북 소개가 전부였던 행사다.

이는 주력이던 CPU가 PC 수요 감소로 성장이 멈춘 데 따른 것이다. 대신 인텔은 클라우드 서버와 여기에 연결될 스마트폰과 PC, 스마트카와 스마트홈(가전), 드론과 로봇 등 수십억개 기기에 탑재될 CPU와 메모리, 통신칩, 센서 등 모든 반도체를 장악하겠다는 전략이다. 서버칩 95%를 장악 중인 상황에서 메모리와 통신칩, 센서를 더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얘기다. 인텔은 이를 ‘성장의 선순환’ 전략이라고 부른다.

이날 크르자니크 CEO가 소개한 칩셋들은 이런 전략을 뒷받침한다. ‘프로젝트 알로이’는 가상현실(VR)과 리얼센스 기술을 결합한 융합현실(Mixed Reality) 기기로 커지는 VR 시장 장악을 위한 비밀병기다. 배터리와 프로세서를 탑재해 PC 스마트폰 등과 연결하지 않고 쓸 수 있다. ‘줄 플랫폼’은 프로세서와 그래픽칩, 통신칩, 리얼센스 센서 등으로 이뤄진 보드로 미래 로봇 시장을 겨냥한 제품이다. 위치인식 등에서 인간에 가까운 감각을 제공한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