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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원화 강세, 중장기 추세 전환에 대비해야

입력 2016-08-17 17:34:55 | 수정 2016-08-18 04:13:20 | 지면정보 2016-08-18 A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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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침체 속 원화가치 크게 절상
보호무역기조에 수출여건 더 악화
환율에 의존 않는 경제체질 다져야

이창선 <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cslee@lgeri.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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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강세 속도가 심상찮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결정된 6월23일 이후 최근까지 원화가치는 미 달러화에 대해 4% 넘게 올랐다. 몇몇 통화를 제외하고는 원화의 강세 폭이 가장 큰 편이다.

원화 강세는 신흥국 통화가 대부분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나타나고 있다. 브렉시트 결정 후 주요 선진국의 통화완화 조치로 국제투자자금이 신흥국으로 대거 유입되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으로도 7월부터 최근까지 5조5000억원가량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면서 원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원화 강세 폭이 큰 것은 경상수지가 대규모 흑자인 데다, S&P의 국가신용등급 상향 조정에서 보듯이 한국의 경제 건전성이 높은 것으로 인식되고 있어서다.

원화가 다시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실물경제가 부진한 가운데 국제 유동성 확대에 따른 외국인 자금 유입 추세가 계속될 수는 없을 것이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가시화되는 시점을 전후로 신흥국 통화와 원화가 약세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브렉시트에 따른 정치, 경제적 불확실성이나 중국 경제 리스크가 불거질 경우에도 원화는 약세를 보이게 될 것이다.

최근의 원화 강세는 2014년 중반 이후 이어진 원화 약세 흐름이 꺾이고 중장기적인 원화 강세 추세가 시작된 것으로 볼 여지가 있어 보인다. 무엇보다도 미 달러화의 강세 기조가 꺾인 듯하기 때문이다. 2014년 중반부터 2015년 3월까지 25% 상승한 미 달러화는 이후 등락을 거듭하면서 추가 강세가 저지되고 있다. 그동안 달러화 강세를 뒷받침해 온 미국 경제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고, 미국의 금리인상도 예상보다 더뎌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 정책당국도 달러화 강세를 경계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달러화 강세가 미국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금리인상의 주된 고려 요인으로 삼고 있다. 미국 재무부는 주요 교역상대국의 인위적인 통화가치 절하 유도, 또는 절상 억제 노력을 저지하는 데 적극적이다. 대통령 선거와 맞물려서 미국 정책당국의 강경한 환율정책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일본은행의 통화완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엔화가 강세기조로 전환한 것도 미국의 환율정책과 무관치 않다.

신흥국은 달러화 강세, 엔화 약세기조가 후퇴하면서 금융불안 우려를 덜게 된 반면, 자국 통화가치의 상승 부담을 안게 됐다. 특히 원화는 높아진 대외 건전성을 감안할 때 금융안정 시기에 최근처럼 가장 크게 절상되는 통화에 속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수년간 수출과 매출 감소세가 계속되는 가운데서도 기업 수익성이 개선 추세를 보인 것은 저유가와 더불어 원화약세 효과가 작용했다. 세계수요 부진이 이어지고 있고 최근에는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될 조짐이어서 빠른 원화 강세까지 가세할 경우 수출여건이 더욱 어려워질 우려가 크다. 정책당국이 시장개입을 통해 원화절상 억제에 나서기도 어려워진 상황이다. 지난 4월 미국 재무부는 환율보고서에서 대규모 대미 무역흑자와 경상수지 흑자를 이유로 한국을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했다. 연간 외화 순매입규모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2%에 못 미쳐 강력 제재 대상인 심층분석 국가에 해당되지는 않았다.

올가을에 있을 환율보고서를 감안하면 변동성 축소 차원을 넘어 환율 방향에 영향을 미치는 시장개입은 이제 불가능해졌다. 연기금의 해외투자 증대 속도를 높이거나 내수 확대를 통해 경상수지 흑자를 축소하고, 금리정책에 환율까지 고려하는 등 다양한 정책수단을 찾을 필요가 있다. 기업들도 중장기적인 원화 강세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환율에 의존하지 않고서도 대외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체질 강화에 나설 때다.

이창선 <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cslee@lgeri.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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