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기업의 2분기 실적이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것을 계기로 경기 논쟁이 다시 불붙을 조짐이다. 정부는 물론 국책연구기관, 민간 연구소 할 것 없이 우리 경제가 ‘일본식 장기 불황’을 향해 가고 있다는 우려를 쏟아내는 가운데 실물지표가 뜻밖의 결과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그동안 우리가 너무 비관론에 빠져 있었던 것은 아닌가’라는 자문을 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구조개혁 추진 명분으로 비관론을 부추긴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 실제 거시지표를 보더라도 선진국 대비 견조한 성장세, 회복세를 보이는 소비·투자, 상대적으로 양호한 국가재정, 늘어나는 세수 등은 긍정론에 힘을 싣고 있다.
['깜짝실적'이 촉발한 경기논쟁 (1)] 우리가 너무 경기 비관론에 빠져 있었던 것은 아닌가
저성장 우려가 본격화한 것은 금융위기 이후다. 경제성장률은 2010년 6.5%로 반짝 회복했다가 이듬해부터 2~3%로 반토막이 났다. 지난해 성장률은 2.6%. 1980~1990년대에는 한때 10% 넘는 성장 드라이브를 걸었던 만큼 ‘이대로 한국 경제가 주저앉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컸다.

올해 2분기 성장률은 전기 대비 0.7%로 3분기째 0%대를 이어갔다. 민간 연구소들은 올해 성장률을 정부 예측(2.7%)보다 낮은 2%대 중반으로 보고 있다. 내수 회복세가 더딘 데다 환율 여건이 좋지 않아 수출에 경고등이 켜진 점 등이 비관론의 근거다.

다른 시각도 있다. 이달 초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한국의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상향하면서 ‘견고한 경제성장’을 주요 이유로 꼽았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연 2.6% 수준으로 선진국의 0.3~1.5%보다 높다고 설명했다. 세계적으로 연 2%대 성장은 저성장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얘기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14년 기준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를 넘은 23개 국가 가운데 한국(3.3%)보다 성장률이 높은 곳은 아일랜드(4.8%) 대만(3.8%)뿐이었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동향전망팀장은 “선진국과 비슷한 고령화 수준 등을 감안하면 한국 성장률이 낮지 않다”며 “과거 고성장 경험 때문에 지금을 비관적으로 인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조급하게 성장률 숫자에 목매기보다는 구조조정으로 경제구조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지금을 ‘견조한 성장’으로 보는 시각은 아직 소수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유럽 등 선진국은 이미 성장을 이룬 ‘늙은 국가’들이라 우리와 다르다”며 “한국은 성장률 하락세가 상당히 빠르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선진국 문턱에 도달하지 못한 만큼 2%대 성장으로는 아직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2만7000달러로 10년째 2만달러대에 머물렀다. 일본이 1988년 2만달러를 달성한 뒤 4년 만에 3만달러에 도달한 것과 비교하면 속도가 더디다.

김유미/심성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