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수상자 스티글리츠 교수 "유로화, 화폐가치 따라 둘로 나눠야"
2001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사진)가 유로화를 두 종류로 나누는 ‘유연한 유로화 시스템’을 시행하자는 주장을 내놨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이 각국 경제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는 단일통화(유로화)를 사용함으로써 국가 간 무역 불균형을 불러왔고, 유럽 대륙의 번영을 가로막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17일 파이낸셜타임스에 기고한 ‘유로화를 나누는 것이 단일통화 문제의 해결책’이라는 칼럼에서 “단일통화가 유로존의 번영을 이끌 것이라는 가정은 정반대로 나타났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유로존은 태생부터 문제가 있었다”며 “금리와 환율이라는 두 정책 수단을 모두 사용할 수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점진적으로 유로화에서 벗어나기 위한 ‘원만한 이혼’을 준비해야 한다”며 “가능한 방법은 ‘유연한 유로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화폐 가치가 높은 북유로화와 가치가 낮은 남유로화로 나누자는 것이다. 독일 등이 남유럽 국가를 상대로 꾸준히 무역 흑자를 내고 있는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제시한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경상수지가 악화되면 자국 화폐 가치가 떨어지지만 이후 해외에서 자국 상품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져 점차 경상수지가 개선되는 효과를 가져온다. 그러나 유로화를 사용하는 유로존 국가는 환율로 화폐 가치를 조정할 수 없다. 유로존 내 경상수지 불균형이 자동으로 조정되지 못하는 구조다. 또 이들 국가는 유로존에 가입하면서 금리 조절 같은 금융통화정책을 유럽중앙은행(ECB)에 맡겼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이 같은 상황에서 “명목환율 조정이 불가능하다면 실질적인 물가가 조정돼야 하는데 그것도 불가능하다”고 비판했다. 높은 실업률과 경기침체를 겪던 그리스가 무역수지 흑자를 내던 독일보다 물가가 낮아야 했지만 균형을 유지할 만큼 물가 격차를 보이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또 “중앙은행이 금리정책으로 소비와 투자를 정상 궤도에 올려놓을 것이라는 기대는 틀렸다”며 “시장 스스로 물가를 설정하도록 해 투자와 무역량이 균형을 잡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