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초선이 뛴다] 야당 장수 대변인 출신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집권하려면 김대중 정신만 찾지 말고 진짜 그와 같은 ‘쿨한 정치’를 해야 합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초선·서울 강북을)은 17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쿨한 정치를 강조했다. 좌파 정치인으로서 10여년 동안 느낀 진보정당의 한계를 언급하며 “정치인이 세상을 바꾸려면 운동장을 넓게 써야 한다”고도 말했다.

성균관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박 의원은 당내 ‘미스터 쓴소리’로 통한다. 김한길 대표 시절인 2013년 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지 않은 당내 의원들에게 스페인 독재자 프란시스코 프랑코의 말을 빌려 ‘뼈에는 이념이 없다’고 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대선 승리를 위해서라도 더 이상 자기들만의 이념으로 벽을 치지 말자고 했다. 그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내에서 김대중 정신,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자는 말이 나오는데 진짜 김대중 정신은 쿨한 정치였다”며 “베트남전 파병을 반대한 김 전 대통령이 정작 파병되자 앞장서 격려하러 갔고 유신의 본류인 김종필 전 총리와 손잡은 것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파정치를 대표하던 박근혜 후보가 2012년 당시 좌파와 진보 계열이 얘기하던 복지국가와 경제민주화 이미지를 차용하며 확장력을 보여줬다”며 “항상 왼쪽 발로 왼쪽만 공격하기보다 오른쪽도 파고들고 중앙도 침투하는 변화무쌍한 전술로 운동장을 넓게 쓰는 정치인이 진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그를 따라다니는 수식어는 이른바 ‘좌파정치인’이다. 그는 1998년 진보정당인 국민승리21을 거쳐 2000년 민주노동당 창당멤버로 정치권에 발을 담갔다. 그러던 그는 2011년 민주통합당에 입당했다. 그는 “정당의 목표는 집권해 세상을 바꾸겠다는 의지를 실천하는 건데 민노당이 집권 의지를 10~20년 뒤로 미룬 채 현재 의석에만 만족하는 모습에 동의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비서실장을 맡으며 정치인으로서 큰 변화를 겪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뿌리가 좌파인 제가 우파 정치환경에서 살아온 김 대표를 만난 건 배움의 시간이었다”며 “경제 문제에 대한 깊은 이해와 경험을 갖춘 김 대표의 정치적 결정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큰 학습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보수정당들도 지난 대선에서 집권하기 위해 복지와 사회적 불평등에 관심을 갖고 이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었다”며 “김 대표가 경제민주화를 통한 정치적 행보를 하게 된 마당에 진보세력으로부터 손가락질을 받더라도 진보적 가치와 정책을 가슴속에 간직만 하기보다 우선 실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에게 붙는 또 다른 수식어는 ‘최장수 대변인’이다. 민노당 대변인 4년, 민주통합당 대변인 3년 등 정치생활 상당 기간을 대변인으로 지냈다. 그는 “돌이켜보면 상대 당에 대한 공격라인을 잘 잡아 강하고 집요하게 비판하는 스타일이었다”고 말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