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 칼럼] 중국의 미사일 위협은 왜 말하지 않는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 핵심이다. 부지불식간에 날아들 수 있는 미사일을 요격이라도 해보자는 궁여지책이 사드(THAAD·고(高)고도 미사일방어체계)다. 중국과는 무관하다. 유효 탐지거리가 600㎞에 불과한 요격용이다. 경북 성주에서는 압록강 유역을 탐지하기에도 벅차다. 미국 본토를 겨냥한 대륙간탄도탄은커녕 중국 내 군사시설은 전혀 파악할 수 없다. 그러니 중국에 양해를 받아야 할 일이 없다. 그런데 중국은 왜 난리인가.

생각해보자. 중국은 한국과 어떤 관계인가. 끝내 중국을 다녀온 더불어민주당 ‘독수리 6남매’는 중국 측 인사들과 가진 토론회에서 “중국은 조·중 혈맹 관계로 회귀할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그뿐인가. “한반도에 전쟁이 터진다면 기꺼이 함께해 끝까지 갈 것”이라고 말한 건 중국 관영 매체 환구시보다. 시진핑이 애지중지한다는 그 신문이다. 기가 막힐 일이다. 북한이 한국을 침공하면 중국은 ‘조·중 우호협력 및 상호원조 조약’에 따라 자동 참전하겠다는 협박 아닌가. 그렇다면 북한의 핵과 미사일만이 공포의 대상이 아니다. 군사대국 중국이다.

한국의 심장을 겨냥한 중국의 미사일은 줄잡아 600여기다. 유사시 공군기지를 파괴하고 미국의 항공모함 지원을 저지하기 위한 무력이다. 중국은 단지 미국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북한 지원용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점도 부인하지 않는다.

한국을 겨냥한 중국의 미사일 기지는 대략 여섯 곳이다. 그 가운데 지린성 퉁화(通化)에는 오로지 한국만을 겨냥한 미사일 기지가 있다. 단거리 미사일 둥펑-15를 배치한 기지다. 사정거리가 600~900㎞이니 달리 다른 타깃이 있을 턱이 없다. 랴오닝성 덩사허(登沙河), 산둥성 라이우(萊蕪), 산시성 한청(韓城) 에는 사거리 1800㎞의 둥펑-21이 배치돼 있다. 11분 정도면 대구 공군기지가 박살날 수 있다는 계산까지 나와 있다. 이런 심각한 위협이 어디 있는가.

중국이 아무리 유사시라도 미사일까지 동원하겠느냐는 사람들이 있겠다. 그러나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북한이 전쟁을 도발했을 때가 문제다. 한국과 미국이 강력 대응에 나서면 중국은 사태를 유리한 국면으로 이끌기 위해서라도 미사일에 강한 유혹을 느낄 것이라는 얘기다. 중국이 ‘웃자란 나라’라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된다.

레이더망 역시 마찬가지다. 헤이룽장성과 푸젠성의 조기경보레이더는 탐지거리가 5500㎞다. 산둥성에 배치된 레이더는 경기 오산 공군기지에 날아온 미군 스텔스 전투기 F-22의 일거수일투족을 정확히 포착했다고 하지 않던가. 한반도가 중국 손바닥에 있는 셈이다.

한국은 중국의 공격에 대응할 능력이 없다. 가까스로 테스트를 마쳤다는 탄도미사일 현무는 고작 500㎞짜리다. 산둥반도 끝자락이나 맞힐 수 있는지 모르겠다.

탐지 능력도 한심하다. 미사일 조기경보체제는 탐지거리 500㎞의 레이더뿐이다. 중국에서 미사일을 쏜들 알아낼 방법이 없다. 독자 개발 중이라는 도발원점선제타격체계(Kill-Chain)나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도 중국 미사일엔 상대가 되지 않는다.

중국이 우리를 위협했으면 했지, 우리가 중국을 위협한 적은 없다. 그런데도 북한의 ‘불장난’에 최소한의 방어책을 세워 보려는 ‘전략적 동반자’의 노력에 으름장이다. 적반하장이다. “사드는 탐지거리와 관계없이 반대”라고 말한 것 역시 환구시보다. 그저 기분이 나쁘니 알아서 사드 배치를 포기하라는 태도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은 오간 데 없고 사드의 성주 배치 결정에 나라가 북새통이다. 새내기 국회의원들은 제 집 안마당에 미사일 600여기를 들이대고 있는 중국을 오가며 나팔수 역할을 해대고 있고 야당은 중국의 노림수가 뭔지도 모르고 성주 반대 시위에 군불을 때고 있다. 전직 장관이라는 자는 미국의 패권주의를 비난하면서도 북한의 핵과 미사일, 중국의 패권주의와 군사력 강화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없다. 사대주의적 친중 노선에 오랜 친구마저 잃을 뻔한 정부도 한심하긴 마찬가지이고. 중국의 미사일 위협은 누가 말할 것인지. 답답한 노릇이다.

김정호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