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흐마니노프 음악은 인간 감성 녹여낸 보석"
찬란하게 쏟아지는 피아노 선율에 열정 행복 사랑 슬픔 절망 등 다양한 감정이 뒤섞여있다. 러시아 작곡가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이다. ‘라흐마니노프 전문가’로 꼽히는 러시아 피아니스트 올가 케른(41·사진)이 오는 24~25일 이 작품으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오른다. 엘리아후 인발이 지휘하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이 협연한다. 케른을 이메일로 만났다.

“인간의 복잡한 마음과 러시아 특유의 현란한 색채까지 담긴 이 곡은 라흐마니노프 최고의 곡이자 저에게 딱 맞는 곡입니다. 피아노 음악의 보석이라고 할 수 있죠. 갈수록 깊고 철학적으로 흘러가는 이 곡을 한국 관객에게 들려줄 생각을 하니 정말 행복합니다.”

케른은 2001년 미국 반클라이번콩쿠르에서 여성 최초로 우승했다. 그에게 라흐마니노프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어릴 때부터 라흐마니노프의 곡을 들으며 자랐어요. 그는 모국을 대표하는 천재적인 작곡가일 뿐만 아니라 메조소프라노인 제 증조할머니와 함께 무대에 오르고 친분을 나눴죠. 그래서 그의 영혼이 늘 저와 함께한다고 느낍니다.”

이번 내한은 2008년 이후 8년 만이다. 케른은 “당시 서울시향의 탁월한 연주력과 에너지에 감동했다”며 “관객도 따뜻하고 멋진 사람들로 가득했다”고 기억했다. 그는 “같은 작품으로 프랑스에서 호흡을 맞췄던 지휘자 인발과 또 함께하게 돼 더 기대된다”고 말했다.

오는 11월에는 미국 뉴멕시코에서 그의 이름을 딴 올가케른국제피아노콩쿠르가 처음 열린다. 뉴멕시코필하모닉이 젊고 재능있는 피아니스트를 발굴하는 데 자신의 이름을 쓰고 싶다며 먼저 제안했다는 게 케른의 설명. 그는 “120여명의 지원자 가운데 24명을 우선 선발했는데 한국인도 포함돼 있다”며 “콩쿠르 예술감독으로 활동하면서 그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싶다”고 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