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은 예외?…부정청탁 땐 처벌, "김영란법, 30년 검찰 출신 나도 헷갈려"
최교일 새누리당 의원(사진)은 최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김영란법)의 주요 내용을 문답(Q&A) 형식으로 해설한 가이드북을 만들어 당 소속 의원들에게 배포했다. 그는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낸 법조인 출신으로 새누리당 법률지원단장을 맡고 있다.

최 의원은 16일 기자와 만나 “국회의원 중에서도 자신은 김영란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등 잘못 알고 있는 사람이 있어 해설서를 제작했다”며 “후원금 모금, 지역구 행사, 정책 협의 시 참고해야 할 내용을 담았다”고 말했다.

최 의원은 “국회의원은 김영란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것은 오해”라며 “법에서 정한 범위를 벗어난 금품을 수수하면 처벌받고 부정청탁을 해도 처벌받는다”고 말했다. 최 의원은 “국회의원이 지역구 민원을 정부부처에 전달하거나 입법 관련 건의를 하는 경우에만 처벌 예외가 된다”며 “인사, 인허가 등과 관련한 청탁을 하면 국회의원도 처벌 대상”이라고 했다.

최 의원은 곧 열릴 의원총회에서 당 소속 의원들에게 김영란법 주요 내용과 주의사항을 설명할 예정이다.

최 의원이 작성한 가이드북에 따르면 국회의원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인 동료 의원에게 지역구 예산을 늘려 달라며 이른바 ‘쪽지 예산’을 건네는 것은 ‘입법 행위’와 관련한 청탁이어서 처벌 대상이 아니다. 국회의원 아들이 고액 금품을 받은 경우엔 처벌받지 않는다. 법 적용 대상이 공직자 본인과 배우자에 한정되기 때문이다.

다만 아들이 국회의원 부모에게 부탁해 입법에 도움을 주겠다는 식으로 대가를 약속했다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처벌받을 수 있다. 국회의원이 특정인의 국립대 병원 입원 순서를 앞당겨 달라고 부탁하는 것도 부정청탁에 해당해 처벌받는다.

최 의원은 김영란법 적용 대상이 지나치게 광범위하다고 지적했다. 검찰에서 30년간 근무한 자신도 헷갈리는 내용이 많다고 했다.

그는 “공무원, 교사, 언론인이 아닌 사람도 공직자에게 부정청탁하면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며 “가이드북을 만들면서 처음 알게 된 내용”이라고 말했다. 김영란법 개정 가능성에 대해선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와 같아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최 의원은 “김영란법 시행으로 검찰 권력이 강해지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처벌 대상 행위와 적용 대상이 광범위하고 모호한 내용도 많아 수사·기소권을 가진 검찰 권한이 커질 것이라는 얘기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