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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포럼] 한국판 카스트, 노동 4계급

입력 2016-08-16 18:47:59 | 수정 2016-08-17 06:55:33 | 지면정보 2016-08-17 A3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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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원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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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노동시장 계층은 카스트 제도와 닮았다. ‘4계급’의 견고한 수직구조부터가 그렇다. 앞쪽 대기업 정규직에서 맨 뒤 칸 중소기업의 비정규직까지 엄격히 분리된 설국열차같다. 고용노동부의 임금 통계를 보면 극명하다. 전체 근로자의 10%인 대기업 정규직을 100으로 봤을 때 대기업 비정규직은 62다. 이들의 비중은 2%에 그친다. 중기 정규직 임금은 52 수준, 이 그룹이 절반을 넘어 57%에 달한다. 네 번째 계급인 중기 비정규직 임금은 35로 더 떨어진다. 근로자의 30%가 여기에 속한다.

100:62:52:35 길잃은 노동개혁

골품화된 노동시장을 실례로 보자. K자동차의 원·하청 임금구조(2015년, 노동연구원)는 현실의 단면이다. 성골·진골격인 본사 원청 직원의 평균 연봉은 9700만원, 사내하도급은 5000만원이다. 1차 협력사 직원은 4700만원으로 뚝 떨어진다. 중견기업이 다수인 1차 협력업체 내 사내하도급은 3000만원이다. 대개가 중소기업인 2차 협력사는 2800만원, 이곳의 사내하도급은 2200만원에 불과하다. 성골에서 6두품을 거쳐 1두품으로 내려오는 1500년 전 신분 구조와 맞아떨어진다. 출산 지원, 은퇴 후 복지 등까지 감안하면 통상 격차는 더 벌어진다.

임금은 생산성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어서 단순 비교나 평가에는 위험도 있다. 또한 사적 계약의 영역인데다 경영의 본질에 해당돼 기업들이 알아서 할 일이다. 그러나 철 지난 노동 법규에 기댄 강성 노동세력의 정치투쟁에 따른 왜곡된 분배구조라면, 해당 기업을 넘어 연관 산업과 전체 경제에 걸림돌도 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이라는 원칙이 무시되고, 특정 노동계층이 일감까지 전횡하는 시스템이라면 국가적 개혁 과제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 더구나 일자리 창출 전쟁 와중에 최상위 노동 귀족계층은 일자리 상속까지 도모하는 게 한국 사회다.

노동소득차 심화, 정부 반성문 써야

인도가 정치제도에서는 나름 민주적 시스템을 갖췄지만 수천년 모순 덩어리 사회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것도 굳어진 4계급 신분제도 탓이 크다. 고용시장의 그런 카스트로 경제의 발목을 잡는 노조 기득권을 타파하자는 게 노동개혁이었다. 지난해부터 정부의 소위 4대 개혁 중 핵심이자 진짜 개혁과제였다. 노동시장에 진정 유연성이 확립되면 정규직·비정규직의 신분구조부터 깨진다. ‘공시족’ 쏠림 현상도 결국은 차별받는 비정규직에 대한 두려움의 반영이다.

우리 경제의 재도약에 온갖 조건이 제시되지만 하나로 압축하면 단연 노동개혁이다. 일자리 문제의 근본 해법도 이것이다. 장기 저성장 시대의 또 다른 숙제인 빈부격차 문제가 노동소득의 격차에서 특히 심해진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또한 해결책은 노동개혁으로 귀결된다.

노동개혁을 주창하고도 정부는 뒷걸음이나 치다 무늬만의 개편안을 내놨다. 그나마도 국회로 간 뒤엔 감감무소식이다. 노동개혁이 길을 잃은 데는 당근책부터 잔뜩 내놓은 정부의 전략 미비, 추진력 부재가 큰 원인이었다. 귀족노조 반발도, 국회와의 결탁도 예상했어야 했다. 용기가 없어 개혁 시기도 놓쳤다. 여소야대 국회로 이젠 더 어렵게 됐다. 8·15 기념사에 박근혜 대통령의 노동개혁 역설이 공허하게 들린 이유다. 뒤늦게 그 중요성만 되풀이할 게 아니라 끝내기 전략을 얘기해야 할 시점이다. 어쩌면 정부가 노동개혁 불발에 대한 처절한 반성문을 써야 할 상황이 다가오고 있다.

허원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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