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Biz] "형사사건 맥 짚어 의뢰인 도와…수사의 'A to Z' 알려줄 것"
“압수수색, 체포 등 검찰수사의 맥락을 구체적으로 짚어 피의자에게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5년 동안 피의자의 혐의를 쫓던 수사관이 거꾸로 피의자 편에 서서 전략을 짜는 변호사가 됐다. 어제의 동료가 오늘의 적이 된 셈이다. 검찰수사관 출신 1호 변호사인 신동협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35·변호사시험 5회·사진) 이야기다. 수사관 출신으로 변호사가 된 첫 사례인 만큼 검사 출신 변호사와는 다른 강점을 보여주겠다는 게 신 변호사의 포부다.

그는 “검사는 집행이나 압수수색 등 형사사건 의뢰인이 겪을 수 있는 구체적인 상황에 직접 뛰어드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수사관이 해당 업무를 더 잘 알 수밖에 없다”며 “수사관 시절 경험을 살려 형사 사건에서 보이지 않는 맥을 짚어주는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변호사라는 직업이 처음부터 그의 인생 계획에 있던 건 아니다. 2008년 홍익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그는 경찰관으로 정년퇴임한 아버지의 조언으로 같은 해 검찰사무직 9급 시험에 도전, 검찰 조직에 첫발을 내디뎠다. 1년 뒤에는 검찰사무직 7급 시험에 합격해 직급을 끌어올렸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사무국 집행과, 의정부지검 수사과, 서울중앙지검 강력부 등을 거치며 검찰수사관으로서 승승장구했다. ‘강남 룸살롱 황제 사건’ ‘코스닥 상장 H사 횡령·배임·주가조작 사건’ ‘불법 스포츠 토토 사건’ ‘강남 유흥업소 종사자 원정도박 사건’ 등이 그가 다룬 대표적 사건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는 수사관으로 검찰조직에 뼈를 묻을 생각이었다.

변호사가 되겠다고 마음먹은 데는 우연찮은 계기가 있었다. 평소처럼 구속영장실질심사를 위해 법정에 피의자를 호송하고 방청석에 앉아있을 때였다. 변호인의 변론을 듣고 있는데 ‘나라면 저렇게 변호하지 않을 텐데…’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 순간 재판장이 이례적으로 담당수사관을 불렀다. “수사관은 변호인 의견을 어떻게 생각합니까?” 신 수사관의 의견에 변호인이 반박하면서 공방전이 펼쳐졌고, 그 피의자에 대해 청구된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이후 그는 변호사를 마주칠 때마다 ‘내가 변호사라면…’이라는 상상을 자주 했다. 그는 상상을 현실로 옮겨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진학하기로 마음먹었다. 사법시험과 달리 로스쿨은 큰 위험부담을 갖지 않고 도전할 수 있었다.

동료 수사관들은 “변호사가 힘들다던데 굳이 잘하던 수사관을 그만두려 하느냐”며 말렸지만 신 변호사는 경쟁력이 있을 거라 확신했다. 그는 2013년 한국외국어대 로스쿨 5기로 합격했고 전액장학금까지 받았다. 법무법인 동인은 신 변호사가 졸업도 하기 전에 ‘러브콜’을 보냈다.

아직은 1년차 변호사지만 앞으로 동인에서 검찰수사관 특유의 치밀함으로 자신의 강점을 드러낼 계획이다. 현장 경험을 살려 의뢰인에게 형사 수사의 ‘A to Z(처음과 끝)’를 제시하겠다는 각오다. 신 변호사는 “형사 수사는 재판 단계와 달리 의뢰인이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에 있기 때문에 초기 대응 전략이 매우 중요하다”며 “동인의 형사팀이 의뢰인을 위한 최적화된 전략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한 축을 담당하겠다”고 말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