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나 냉장고는 환급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특히 40인치 이하 TV의 7월 판매비중은 전월보다 오히려 2% 줄었다 / 자료 에누리닷컴
TV나 냉장고는 환급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특히 40인치 이하 TV의 7월 판매비중은 전월보다 오히려 2% 줄었다 / 자료 에누리닷컴
[ 이진욱 기자 ] 정부의 ‘1등급 가전제품 10% 환급제도’가 시행 절반 시점을 지난 가운데 사전 준비 부족 등으로 허점을 드러내며 소비자 불만이 가중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7월 1일~9월 30일까지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인 에어컨, 일반·김치 냉장고 등을 구입한 소비자들에게 구매가격의 10% 가량을 환급해주는 인센티브 제도를 시행중이다. 지원되는 인센티브는 품목별 20만원, 가구별 40만원까지다.

환급정책 시행 후 에어컨 판매는 확연히 늘었다. 예년보다 이른 무더위와 환급정책이 맞물려 에어컨 품귀현상까지 발생했다.

16일 에누리닷컴에 따르면 에너지효율 1등급 에어컨은 지난 6월 47.8%에서 7월 62.1%로 판매량이 급증했다. 특히 전기 사용량이 많은 '2 in 1' 에어컨과 스탠드형 에어컨은 1등급 제품의 판매가 대폭 늘었다. 두 제품의 판매 비중은 6월 77%에서 7월에는 94%까지 증가했다.

반면 TV나 냉장고는 환급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특히 40인치 이하 TV의 7월 판매비중은 시행전보다 오히려 2% 줄었다. 이는 최근 40인치 이상 TV 수요가 늘고 있다는 점을 간과했기 때문. 업계 관계자들은 40인치 이하 TV는 소비전력도 높지 않아 에너지효율 1등급 제품 구매에 영향이 적다고 입을 모은다.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40인치 이상 TV가 환급대상에서 빠지면서 가전양판업계에는 정부 환급제도와 상관없이 자체적으로 제품을 할인하는 진풍경까지 연출됐다. 전자랜드프라이스킹은 이달 31일까지 TV(41인치 이상) 70여개 모델, 드럼세탁기 40여 개 모델을 대상으로 '에너지효율 1등급 자체 환급 프로모션'을 실시중이다. 이들 제품은 정부의 '에너지효율 1등급 가전 인센티브 제도'에 포함되지 않은 품목들이다.
환급사이트에 게재된 '재원 소진 시 조기종료 될 수 있음'이라는 문구가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환급사이트에 게재된 '재원 소진 시 조기종료 될 수 있음'이라는 문구가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아울러 복잡한 환급 절차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과 함께 빠른 예산 소진으로 환급을 못 받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환급신청은 환급사이트에서 본인 인증 후 구매 매장명, 사업자번호, 품목, 제조사, 모델명, 구매가격, 구매일시 항목을 소비자가 입력한 뒤 거래를 증명하기 위한 거래명세서, 현금영수증이나 카드매출전표 등 증빙자료를 올려야 한다.

이런 과정들이 컴퓨터 사용에 익숙치 않은 연령대의 소비자들에겐 버겁다는 평이다. 한 소비자는 "환급해준다길래 제품을 구매하면 통장으로 바로 환급금을 입금해주는 줄 알았다"며 "환급사이트에 접속해봤지만 과정이 너무 어려워 아직까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컴퓨터 조작에 익숙치 않은 노령층의 경우 어려울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과정이 어렵진 않다"며 "에너지공단이나 대형 매장의 경우 소비자 대신 직접 입력을 해주기도 하니 적극 활용하면 된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정부가 마련한 1393억원의 관련 예산이 빠르게 소진될 경우 환급을 못받을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환급사이트에 게재된 '재원 소진 시 조기종료 될 수 있음'이라는 문구가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는 것.

환급제도의 재원은 한국전력의 이익금 일부로 충당되며 예산 소진 시까지 선착순으로 지원된다.

정부 관계자는 "관련 예산이 충분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도 현재까지 재원 소진 상황은 공개를 꺼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에게 가장 좋은 환급 방법은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처럼 구매전에 할인해주는 형태"라며 "환급제도가 일회성 이벤트에 그칠 게 아니라면 정부가 적극 검토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진욱 한경닷컴 기자 showg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