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회계컨설팅회사 PwC가 부실 회계감사로 55억달러에 달하는 소송을 당했다. 회계법인을 상대로 한 소송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PwC의 명운이 걸린 소송이라는 시각도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파산한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서비스회사 TBW의 파산관재인이 미국 마이애미 주법원에 PwC를 상대로 55억달러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고 15일 보도했다.

TBW는 당시 미국에서 열두 번째로 큰 모기지 회사로, PwC가 외부감사를 맡은 앨라배마주의 콜로니얼은행에서 대출받아 모기지상품을 판매해왔다.

FT는 TBW 창업자와 콜로니얼은행 경영진이 공모해 수십억달러의 부당대출을 받은 모기지 사기사건을 PwC가 사전에 적발하지 못한 것은 외부감사인의 직무태만에 해당한다는 원고 측 주장을 전했다.

원고 측은 PwC가 콜로니얼은행 장부에 기재된 10억달러의 TBW 관련 자산이 실제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조차 적발하지 못하고 2002~2008년 ‘적정’ 감사의견을 낸 데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콜로니얼은행은 이 사건으로 2009년 TBW에 이어 파산 처리됐다.

원고 측은 지난달 퇴직한 데니스 낼리 PwC 회장이 “전문 외부감사인은 기업 사기를 적발할 책임이 있다”고 언급한 내용을 지적하며 PwC가 부실 회계감사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기사건 주범인 TBW의 창업자는 수백만달러의 재산을 빼돌려 자가용 비행기와 휴가용 저택, 최고급차를 구입하는 데 탕진했으며 2011년 법원에서 30년형을 선고받았다.

PwC는 이에 대해 “금융사기를 일으킨 회사가 사기를 당한 은행의 외부감사를 맡은 회계법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반발했다. PwC는 TBW의 장부에 접근할 수도 없었다며 당시 7년간 TBW의 외부감사를 맡은 회계법인도 회사 측 부정행위를 적발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FT는 이번 사건이 PwC의 앞날을 좌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개 대형 회계법인은 거액의 소송이 제기되면 협상으로 사건을 종결하지만 이번 사건은 합의하더라도 손실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소송가액의 절반 수준에서 합의를 보더라도 연매출 350억달러의 PwC는 파트너의 연쇄 이탈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