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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미국 대학 졸업식

입력 2016-08-15 18:13:40 | 수정 2016-08-16 04:03:20 | 지면정보 2016-08-16 A3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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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석 <시공테크 회장 kspark@sigongtech.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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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미국 명문 대학 졸업식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전체 학생 수도 많거니와 석박사는 물론 학사학위 대상인 학부 학생까지도 모두 한 사람 한 사람 단상으로 불러 학위를 수여해 졸업식이 두 시간 이상은 걸리고, 학교가 크다 보니 이런 졸업식이 단과대학별로 1주일 정도 계속된다고 한다.

졸업식장은 7000~8000명 정도 수용할 수 있는 노천극장이었다. 졸업식 예정시간 1시간 전에 도착했는데 이미 노천극장의 학생석, 가족석 등이 거의 꽉 차 있었다. 자연과학대학이라 분위기가 좀 딱딱하겠거니 생각했다. 또 3시간을 넘게 앉아 있어야 하니 지루할 것이란 생각부터 들었다. 기다리는 동안 나는 문득 정들었던 친구들, 선생님과 헤어지기 싫어 많이 울었던 초등학교 졸업식과 약간은 권위적이고 근엄했던 나의 대학 졸업식을 잠시 떠올렸다.

드디어 졸업식 예복을 입은 학장 등 대학교수들과 박사학위 수여 대상자들이 단상에 서면서 졸업식이 시작됐다. 내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근엄한 학장 등 내외귀빈의 축사는 유머와 위트로 시작했다. 물론 스승이 제자에게 당부하는 진지한 메시지가 핵심이었지만 노천극장은 웃음과 박수, 휘파람 소리로 근엄함이 아닌 완전히 들뜬 공연장의 분위기가 됐다.

재미있는 것은 학위수여식이었다. 학위증을 받기 위해 단상에 오르는 학생들이 집에서 기르는 애완견을 데리고 학위증을 받는가 하면 조카인지 자기 아이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린아이들과 함께 단상에 오르는 사람도 많았다. 단상에서 짧은 춤을 추기도 하고 학위를 수여하고 학위복을 입혀주는 교수와의 익살맞은 포옹 등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펼쳐졌다. 당연히 가족석과 학생석으로부터 환호, 웃음, 박수, 휘파람 소리가 야외극장을 꽉 채웠다.

내가 본 미국 대학 졸업식은 축제였다. 자유롭고 유머가 있고 지혜가 있고 젊음이 있었다. 가족, 친구, 선후배의 인간관계 향기가 가득한 참으로 행복한 축제였다. 졸업생들은 앞으로 각기 다양한 삶의 길을 가겠지만 그들은 오늘의 이 축제, 이 유쾌한 졸업식을 늘 기억하며 살아갈 것이다.

박기석 <시공테크 회장 kspark@sigongtech.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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