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네트워크 안전법'이 뭐길래 …
세계 46개 상공단체가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에게 연명 서한을 보내 중국 정부의 인터넷 네트워크 안전법과 보험규정 개정안 도입에 반발했다. 이 같은 입법이 오히려 세계 경제에서 중국의 고립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15일 중화권 언론에 따르면 미국 최대 경제단체인 미국상공회의소와 유럽 산업계를 대표하는 유럽상공연맹, 일본 최대 경제단체인 게이단렌, 세계 정보기술(IT) 기업 모임인 소프트웨어연합(BSA), 영국·일본·호주·멕시코 등의 보험사·제조사 등이 이 서한에 서명했다. 국제 상공업계가 2010년 중국의 희토류 시장 통제 조치에 우려를 밝힌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이들 단체와 기업은 지난 10일 리 총리에게 보낸 서한에서 “중국의 새로운 네트워크 안전법은 외국 기업이 중국 내에 데이터를 저장하고 수사당국에 협조하도록 하는 한편 각종 장비와 제품에 대해 국가안전 점검을 받도록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네트워크 안전법은 아무런 보안 효과도 가져오지 못하며 도리어 경제성장을 저해하고 외국과 중국 기업 모두에 진입장벽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7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네트워크 안전법 초안을 처음 공개했다. 사이버 공격, 유해정보 확산 등으로부터 국가 안보를 수호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인터넷 통제를 강화하고 외국 사업자의 중국 진출을 어렵게 하는 내용으로 논란을 빚고 있다.

네트워크 안전법은 통신·방송, 에너지, 교통, 금융, 의료 등의 네트워크를 핵심 정보 인프라로 규정해 각종 보안심사와 안전평가를 받게 했다.

또 보안제품이 작동하는 방식을 중국 정부에 공개해야 하고, 데이터를 중국 현지 서버에 저장하도록 해 IBM과 시스코, 오라클 등 해외 업체의 중국 진출 부담을 늘렸다. 안전법이 시행되면 중국에 진출한 IT 기업은 인터넷 실명제를 도입하고, 국가·사회 체제를 비난하는 내용을 검열하는 등의 의무도 받아들여야 한다.

서한은 별도로 심의하고 있는 보험규정 개정안에 대해서도 “세계무역기구(WTO)가 규정하고 있는 기술적 무역장벽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당국은 올 들어 보험사가 데이터를 중국 내에 보관하고, 중국산 암호화 기술과 하드웨어, 소프트웨어를 포함한 보안 제품을 구입하도록 의무화하는 규정 초안을 마련했다. 외국 보험사의 중국 진출을 까다롭게 하는 규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 내 사업 환경이 불공평해지고 있다는 불만이 외국 기업 사이에서 높아지고 있다”며 “이런 불만은 중국 투자에 대한 회의감을 낳고 있으며 중국 자본의 기업 인수합병(M&A)에 제동을 거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