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와 부동산 시장 호황이 이어지면서 경기진단을 놓고 상반된 견해들이 대두하고 있다. 양적완화, 초저금리 등이 자산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점에서 ‘거품’ 경고가 나오는 한편에선 급등한 자산 가격이 소비를 촉진하면서 경기가 서서히 살아나고 있다는 주장도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 주말 2050.47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한 코스피지수는 5년 넘게 지속돼 온 박스권(1800~2050)을 탈출할 것이란 기대감에 들떠 있다. 글로벌 자금이 신흥국으로 이동하면서 외국인은 하반기 유가증권시장에서 5조원어치 넘게 사들였다. 코스피지수는 7월 이후 4.07%나 올랐다. 부동산시장도 거침없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국 아파트 매매가는 3.3㎡당 평균 1000만원을 넘어섰고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격은 5억원을 돌파했다. ‘강남 3구’의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10년 만에 최고가를 경신 중이다.

비관론을 펴는 쪽에서는 이를 전형적 거품으로 본다. 실물경제 회복세가 미미한데 자산 가격만 고공행진을 하고 있어 조만간 거품이 꺼지면서 적잖은 후유증을 불러온다는 것이다. 이들은 3분기째 0%대에 머물고 있는 경제성장률과 석 달째 0%대인 물가상승률을 증거로 든다. 1200조원을 돌파한 가계부채도 부담이다.

자산 가격 상승을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는 주장도 있다. 주가 상승은 선진국 절반 수준인 주가수익비율(PER)이 정상화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부동산 상승세는 중국인들의 매수까지 가세하면서 장기화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지난 1분기 -0.2%였던 민간소비 증가율이 2분기 0.9% 증가로 돌아선 것은 자산효과 덕분이라는 분석도 있다. 89개 상장사 중 54개사가 2분기에 추정치 평균을 넘는 영업이익을 올렸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지구촌이 지금처럼 일제히 ‘돈풀기’에 몰두한 적은 일찍이 없었다. 누구도 섣불리 양적완화나 초저금리의 결과를 예단할 수 없다는 얘기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자산가격 상승은 경기회복과 무관하게 어느 나라에서나 빈부격차를 확대시킨다는 점이다. 경기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정책당국은 이 점에도 유념하지 않으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