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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찾기' 나선 독립운동 후손 고려인 5세대

입력 2016-08-14 18:35:49 | 수정 2016-08-14 21:42:50 | 지면정보 2016-08-15 A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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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광복 71주년…고려인 152년 이주 역사

농협재단 봉사단 한국문화 전수
고려인들 "한국은 우리의 뿌리…자식들에게 한글 가르쳐요"

연해주는 세계적 콩 재배지…현대중공업 등 한국기업 진출 활발

"경제적 측면 연해주 역할 커져…한국의 농업기지로 만들어야"
고려인들이 모여사는 러시아 우수리스크 고향마을에서 고려인 5세대들이 농협재단 대학생 봉사단원들과 함께 한국의 문화를 배우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농협재단 제공기사 이미지 보기

고려인들이 모여사는 러시아 우수리스크 고향마을에서 고려인 5세대들이 농협재단 대학생 봉사단원들과 함께 한국의 문화를 배우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농협재단 제공


러시아 연해주의 관문인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북쪽으로 150㎞가량 떨어진 우수리스크 외곽의 고향마을. 열 살 남짓한 여남은 명의 아이가 쑥스러운 표정으로 마을회관 마당으로 나섰다. 마을에 사는 고려인 아이들이다. 이들이 선보인 것은 한국에서 온 대학생들과 함께 연습한 단군신화를 주제로 한 연극이었다. 다소 서툴지만 열심히 하는 모습에 마을 주민은 환호와 박수로 화답했다.

지난 9일 고향마을에선 특별한 마을잔치가 열렸다. 대학생으로 이뤄진 농협재단(이사장 김병원) 장학생 봉사단과 마을 주민이 함께 준비한 자리였다. 25명의 대학생은 한국에서 2~3개월 동안 준비한 K팝 댄스, 사물놀이 등 다양한 공연을 펼쳤다. 봉사단 학생 대표인 김도연 씨(23·성균관대 경영학과)는 “처음에는 아이들이 수줍어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동네 형, 누나처럼 장난을 걸어와 봉사활동한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농협재단은 마을에 옷 200벌과 노래방 기계 두 대를 선물했다. 마을회장인 김니나 씨(71)는 “그동안 잊고 있던 한국의 문화를 다시 알려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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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일운동의 중심지 연해주

고향마을은 인근 우정마을과 함께 중앙아시아에서 연해주로 재정착한 고려인들이 모여 사는 곳이다. 한국의 기업과 시민단체 등이 후원해 2004년 만들어졌다. 우수리스크와 블라디보스토크를 중심으로 연해주에 사는 고려인은 5만여명에 이른다.

고려인은 조선 후기 한반도에서 연해주로 건너간 사람과 그 후손들을 가리킨다. 1864년 13가구가 두만강을 건너간 것이 처음이다. 이들은 넓은 평야가 펼쳐진 연해주에서 농사를 지었고 스스로를 고려인이라고 불렀다. 1905년 을사늑약 이후 일제의 침략이 본격화되자 애국지사들의 망명이 줄을 이으며 항일 중심지로 떠올랐다. 장지연, 최재형, 이범진, 이상설, 이동휘 등 수많은 독립운동가가 이곳에서 활동했다.

1917년 볼셰비키 혁명 이후 집권한 스탈린은 ‘일국사회주의’를 표방하며 강력한 중앙집권정책을 펼쳤다. 민족의식과 정치의식이 높던 고려인들은 눈엣가시였다. 1937년 옛 소련 정부는 17만명이 넘는 고려인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지역으로 강제이주시켰다.

◆소련 해체 이후 연해주에 재정착

1937년 우즈베키스탄으로 강제 이주당한 고려인들이 밭 아래 땅굴을 파고 지내는 모습.기사 이미지 보기

1937년 우즈베키스탄으로 강제 이주당한 고려인들이 밭 아래 땅굴을 파고 지내는 모습.

고향마을에서 만난 김니나 씨의 할아버지도 1886년 함경도에서 연해주로 이주했다. 한국말은 서툴렀지만 진하게 묻어나는 함경도 사투리에서 뿌리가 느껴졌다. 그의 할아버지는 1937년 10월 우즈베키스탄으로 강제이주를 당했다. 갈대밭 말고는 아무것도 없어서 살기 위해 밭 아래 굴을 파고 살았다고 했다. 이주 이듬해까지 사망한 고려인만 1만2000여명이다. 이들은 중앙아시아의 척박한 땅을 옥토로 일궈냈다. 농업을 일으킨 공을 인정받아 옛 소련 정부로부터 ‘농민영웅’ 칭호를 받은 사람도 여럿이라고 했다.

고려인들이 중앙아시아를 떠나 연해주로 ‘재정착’하기 시작한 것은 1991년 소련이 해체되면서다. 러시아는 1993년 고려인의 강제이주가 잘못된 정책이었다고 시인했고, 1990년대 이후 지금까지 3만여명이 연해주로 돌아왔다.

◆“우리의 뿌리는 한국”

1800년대 후반 연해주로 이주한 사람들이 고려인 1세대라면 마을에서 만난 어린이들은 고려인 5세대에 해당한다. 현재 고려인 대다수를 차지하는 3~4세대는 중앙아시아에서 태어났다. 대부분 러시아말밖에 하지 못한다. 하지만 연해주로 돌아와 자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려고 노력 중이다. 마을에서 고려인 재정착 사업을 지원하는 시민단체 연해주동북아평화기금의 주인영 이사장은 “이들은 자신들의 뿌리가 한국이라는 생각을 깊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향마을과 우정마을 주민 상당수는 콩을 가공하는 일을 하고 있다. 연해주 일대는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콩 재배지다. 러시아 정부 차원에서 유전자변형식품(GMO) 재배를 금지하고 있어 안전한 먹거리를 찾는 사람들의 관심이 높다는 설명이다. 주 이사장은 2004년부터 콩 가공 설비를 들여와 주민에게 일자리를 제공해왔다.

봉사단과 동행한 김완배 농협재단 이사(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경제적 측면에서 연해주의 역할이 상당히 커질 것”이라며 “이런 문화적 교류를 계기로 경제적 협력을 계속 늘려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수리스크(러시아)=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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