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광주 치평동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광주광역시당 정기대의원 대회 및 당 대표 후보 합동연설회’에서 김상곤(왼쪽부터), 추미애, 이종걸 후보가 나란히 앉아 있다. 연합뉴스
지난 13일 광주 치평동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광주광역시당 정기대의원 대회 및 당 대표 후보 합동연설회’에서 김상곤(왼쪽부터), 추미애, 이종걸 후보가 나란히 앉아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당권주자들이 13일 광주에서 호남권 표심을 놓고 격돌했다. 김상곤·이종걸·추미애(이상 기호순) 후보는 저마다 ‘대선 승리와 정권 교체의 적임자’임을 강조했다.

김 후보는 ‘호남대표’임을 내세우며 지역 정서를 파고들었다. 김 후보는 “단언컨대 호남의 압도적 지지 없이는 내년 정권 교체는 불가능하다”며 “광주에서 태어나 호남 정신을 실천하며 살아온 내가 대선 승리와 호남의 가치를 제대로 실현할 후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호남 홀대론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신뢰를 되찾고 호남 여론을 제대로 반영하는 호남 대표 정치인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비주류인 이 후보는 광주 지역의 반문재인 정서를 자극했다. 그는 “문재인을 대통령 후보로 만들기 위한 충직한 대리인을 대표로 뽑기 위한 전당대회가 아니다”며 “광주가 (더민주에 대해)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지금, 문심(문재인의 마음)에 낙점되길 기다리는 모습으로는 대선 승리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 패권집단에 휘둘리지 않는 독립 후보인 나를 대표로 뽑아달라”고 호소했다.

추 후보는 ‘김대중 정신 부활’과 ‘호남 며느리론’으로 맞섰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권유로 정치에 입문한 과정과 삼보일배를 통해 민주 종가를 지켜온 일화를 소개하며 “당이 쪼개지고 새누리당에서 호남 당 대표를 선출하는 등 안팎으로 도전에 직면한 당을 다시 일으켜 세울 적임자”임을 강조했다. 그는 “대표가 되면 직접 호남 특별위원장을 맡아 호남을 지키고 호남을 부활시키겠다”고 했다.

지역에선 다양한 민심이 표출됐다. 이날 행사장에서 만난 대의원 김모씨(62·자영업)는 “지난 총선에서 호남을 제외하고 선전을 펼친 더민주가 전략적으로 호남을 버릴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이 지역 내에 적지 않다”며 “대선에서 국민의당과 새누리당에 맞서 호남 표를 지키려면 지역 출신 당 대표가 선출돼야 한다”며 김 후보 지지 의사를 밝혔다.

박모씨(52·대학강사)는 “친문 주류가 대표가 되면 문재인 전 대표가 다시 대선주자로 나올 가능성이 높지만 당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며 “야권 통합을 통해 외연을 넓히고 광주 민심을 돌리는 데 이 후보가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모씨(55·회사원)는 “삼보일배를 하며 위기의 당을 구한 추다르크(추미애)의 화합 리더십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며 “전통 지지자들의 결집과 함께 당의 확장성을 고려하면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가 추미애”라고 말했다.

광주=최성국/은정진 기자 sk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