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강의 소문난 경희대 '미원렉처'
경희대는 2010년부터 세계적인 석학이나 전문가, 실천인을 강연자로 초빙해 지구촌 사회와 인류문명의 발전 방향에 대한 전문가들의 견해를 제시하는 논의의 장인 ‘미원렉처’를 열고 있다. 미원렉처는 경희대 설립자 고(故) 조영식 박사의 호를 따서 마련한 특별 강연이다. 국내외 석학을 연사로 초빙해 인간, 세계, 문명의 새로운 지평을 탐색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강 내용을 경희대 출판문화원에서 책으로 엮은 것이 미원렉처 시리즈다. 지금까지 일곱 차례 열렸으며 5개 강연이 책으로 발행됐다.

《강대국의 흥망》이란 저서로 유명한 폴 케네디 미 예일대 교수는 《교육과 인류의 미래》에서 인류의 미래를 위한 대학의 역할을 강조한다. 대학의 역할은 복잡다단한 인간과 세계의 본질을 스스로 이해하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것은 완전히 다른 사유 방식이다. 사유 방식이 변해야만 더 높은 수준의 교육과 이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인류와 문명》은 마쓰우라 고이치로 전 유네스코 사무총장의 강연을 담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지속 불가능한 현재의 삶을 지속 가능한 삶으로 바꿔야 하는 도전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고 강조한다. 지구 자원의 과잉 개발을 멈추기 위해서는 새로운 지구적 문명을 창조해 지구적 방식으로 행동하는 길밖에 없다고 논한다.

사회학자 프레드 블록 UC데이비스 교수는 《지구적 근대성, 그 위기의 근원》에서 경제위기를 넘어 근대성 자체까지 위협받게 된 원인을 먼저 분석한다. 그에 따르면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라는 이분법으로 경제를 바라보는 것이 문제다. 이분법 구조를 벗어나 위축된 집단적 상상력을 다시 활성화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한다.

《유네스코와 21세기 고등교육》에서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인간의 존엄과 삶의 능력에 평화가 기초가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평화의 또 다른 기반으로 문화적 다양성의 존중을 제시한다.

피터 카젠스타인 코넬대 석좌교수는 《세계 정치와 문명: 동서양을 넘어서》에서 정치와 문명의 문제를 다원주의 시각에서 풀어낸다. 그는 문명 간의 차이가 충돌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서로 교류하고 진화하면서 공존하는 문명의 본질은 다원주의적 경향이라는 것이다.

미원렉처 시리즈가 일반 독자를 대상으로 논제를 보다 쉽게 풀이한다면, 문명 전환 시리즈는 전문적으로 새로운 문명을 논하는 총서 성격이다. 경희대 출판문화원은 그 첫 번째 책으로 헝가리 과학철학자인 어빈 라슬로 교수의 《의식 혁명》(가제)을 준비 중이다. 라슬로 교수는 과학과 영성을 결합한 새로운 과학을 기반으로 인간과 우주의 연관을 주장한다. 그러면서 다양성을 존중하는 일체성을 새로운 문명의 패러다임으로 제시하고 있다.

라슬로 교수는 예술, 과학, 교육, 목표와 가치, 세계관, 종교, 영성의 역할을 다시 한 번 고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현재 우리 의식의 상태가 다른 모든 것의 기초가 되는 핵심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9월21일 열리는 경희대 ‘피스 바 페스티벌(Peace BAR Festival)’에 맞춰 발간될 예정이다.

경희대 출판문화원은 지난 5월 바츨라프 하벨 전 체코 대통령의 연설문집인 《불가능의 예술》(사진)을 발간하기도 했다. 하벨은 지구 문명을 위해 실천 도덕으로서의 정치를 추구했다. 다문화적 공존의 정신으로 서로를 존중하고 차이를 인정하는 것이 지구촌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본다. 그는 인간, 자연, 지구, 우주가 신비롭게 연결돼 조화를 이루는 것이 인류 문명의 미래라고 확신했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