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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향기] 한없이 투명한 바이칼 호수…'시베리아의 파리' 이르쿠츠크

입력 2016-08-15 16:00:11 | 수정 2016-08-15 16:00:11 | 지면정보 2016-08-16 E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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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담수호 바이칼 호수
길이 600㎞, 가장 깊은 곳은 1600m
험준한 산에 둘러싸인 모습 장관
수정처럼 맑아 아무 곳서나 떠먹을 수 있어
대자연의 맑은 기운 온몸으로 느끼다

한민족의 시원과 맥 닿
거대 바이칼 호수 속 올혼섬에는
몽골리언의 성소 '부르한' 바위 눈길
상고시대의 '한국'을 열었던
부여족의 터전이었다는 학설도…
올혼섬에서 바라본 사자바위기사 이미지 보기

올혼섬에서 바라본 사자바위


지구상에 많은 호수가 있지만 바이칼(Baikal)만큼 관심을 끄는 호수는 드물다. 바이칼 호수는 ‘성스러운 바다’ ‘세계의 민물 창고’ ‘시베리아의 푸른 눈’ ‘시베리아의 진주’ 등으로 불린다. 세계에서 가장 깊은 호수로 제일 깊은 곳은 수심이 1630m나 되며, 세계 담수량의 20%를 차지하는 담수호로 수량은 미국 5대호의 물을 합친 것보다 더 많다. 넓고 고요한 호수는 수없이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

투명한 강물이 흐르는 바이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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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담수호인 바이칼을 찾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곳이 인구 60만명의 작은 도시 이르쿠츠크다. 이르쿠츠크는 과거 제정 러시아 시절 귀족들의 유배지였던 곳이다. 유배온 귀족들은 수도원과 교회를 세우고 미사를 올렸다. 당시 세운 수도원이나 교회는 지금까지 남아 있다. 지금이야 교통이 발달해 어느 곳이건 그리 어렵지 않게 왕래할 수 있지만, 당시만 해도 이곳에 유배되면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시베리아 오지였다.

거리에서 이른 아침 애견을 데리고 강변을 산책하는 사람들이 종종 눈에 띈다. 바이칼 호수에 근원을 두고 있는 안가라 강이 시내를 둘로 나누면서 유유히 북쪽으로 흘러가는 것을 볼 수 있다. 그 투명한 강물만으로도 바이칼 호수가 얼마나 맑은지 짐작이 간다. 북쪽에 있는 즈나멘스키 수도원에서는 제정 러시아 시절 ‘데카브리스트의 난’으로 처형된 귀족들의 묘가 있다. ‘12월 당원’이라고도 하는 데카브리스트(dekabrist)는 1825년 12월 농노제 폐지와 전제주의 타파를 부르짖으면서 무장봉기를 일으킨 청년 장교들이다. 비록 혁명은 실패했지만 이들의 봉기는 다음 세대에 깊은 영향을 주었다.

이르쿠츠크에서는 몽골이 그리 멀지 않다. 또 바이칼 호수 건너편에 부랴트 자치공화국이 있어 우리 민족과 비슷하게 생긴 몽골족 계통의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시내 어느 상점 앞에 몰려 있던 한 무리의 여자들에게 몽골인이냐고 물었더니 자기들은 부랴트인이고 몽골인은 자기들보다 훨씬 키가 작다는 뜻으로 손바닥을 낮게 펴보였다.

지구 전체 담수량의 20%

바이칼 호수에서 약 70㎞ 떨어진 리스트뱐카의 구릉지대에 벌써 가을색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자작나무 숲이 끝없이 펼쳐지고 숲 사이로 이따금 보이는 다차(별장 또는 농장)가 조화를 이뤄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이다. 대자연의 맑은 기운을 마음껏 들이마시다 보면 어느 틈에 짙푸른 호수 바이칼이 모습을 드러낸다. ‘시베리아의 진주’라는 바이칼. 타타르어로 ‘풍요로운 호수’를 뜻하는 이 바다와 같은 호수는 지금으로부터 250만년 전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지구상에서 가장 맑고 깊고 큰 담수호인 바이칼은 길이 600㎞, 폭 48㎞, 가장 깊은 곳이 1630m가 넘는다. 먼 옛날엔 바다였을지도 모른다는 바이칼 호수는 지구 전체 담수의 20%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곳으로 유입되는 강과 하천만도 무려 336개나 되지만 밖으로 흘러나가는 것은 오로지 안가라 강 하나뿐이다. 호수 부근엔 바다표범을 비롯해 2600여종의 다양한 생물이 살고 있으며 이 생물들의 절반 이상이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종이라고 한다. 수정처럼 맑은 바이칼 호수의 물은 아무데서나 그냥 떠먹어도 좋다. 물맛이야 한국 산속 계곡의 물과 다를 게 없지만 신비스런 호수의 물을 마시니 영험한 기운이 느껴지는 것 같다.

풍부한 미네랄 함유한 깨끗한 물

바이칼에 대한 연구는 세계 각지 학자들 사이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얼마 전에는 미국과 러시아가 공동으로 몇 차례 대대적인 탐사를 하기도 했다. 그때 함께 참여했다는 담수생물 학자 알릭 바다르디노프는 인공위성에서 촬영한 바이칼 호수의 사진을 비롯해 많은 연구 자료를 보여주면서 지금도 호수 바닥에서 끊임없이 지층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알릭과 함께 마을 뒤편의 산으로 올라가 보니 널따란 호수가 한눈에 들어왔다. 가까이에서 볼 때는 투명하게만 비치던 물이 이곳에서는 아주 짙은 남색이었다. 호수 건너편 멀리에서 희미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알릭에게 물어보니 펄프공장이라고 했다. 그 공장에서 나오는 폐수는 아주 미세한 양이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지만 바이칼 호수를 보존하기 위해 그 공장이 하루빨리 폐쇄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바이칼의 물은 곧바로 마셔도 괜찮을 정도로 깨끗한 물이다. 염분과 풍부한 미네랄을 함유하고 있어 일본으로 이 물을 그대로 수출하기도 했으며 한국 업자들도 수입을 추진한다는 소문이 있었다. 이곳 사람들도 바이칼로 연결된 수도관을 통해 여과 과정 없이 직접 호수의 물을 마신다고 한다.
이르쿠츠크 시내의 러시아정교 교회기사 이미지 보기

이르쿠츠크 시내의 러시아정교 교회


몽골리언의 성소인 올혼섬

바이칼의 대표 생선인 오무리를 굽는 모습기사 이미지 보기

바이칼의 대표 생선인 오무리를 굽는 모습

바이칼 호수는 보통 북부 바이칼과 남부 바이칼로 나눠지는데 북부에는 주변에 험준한 산이 많아 한층 아름다운 경치를 즐길 수 있다고 한다. 여름철에는 여객선이 이곳을 왕래하지만 겨울에는 수면이 얼어붙어 배 운항이 중단된다. 보통 12월부터 얼어붙기 시작해 5월이 돼야 해빙되는데 한겨울에는 얼음의 두께가 남부는 1m, 북부는 1.5m에 이른다고 하니 시베리아의 혹독한 추위를 짐작할 수 있다. 물이 얼어붙기 전까지 어부들은 그물을 쳐 고기를 잡고 겨울엔 얼음을 깨고 낚시를 한다. 이곳에서 잡히는 물고기 중 대표적인 것이 ‘오무리’다. 꽁치처럼 생긴 물고기로 구워먹기도 하지만 소금절임을 한 뒤 대개 날로 먹는다. 호반의 시장에서는 말린 오무리가 야생 잣과 함께 관광객에게 가장 인기 높은 품목이다.
리스트뱐카 마을 전경기사 이미지 보기

리스트뱐카 마을 전경


호반의 작은 마을 리스트뱐카에서 둘러보는 바이칼의 정취도 빼놓을 수 없지만, 최고의 멋과 의미를 품고 있는 곳은 따로 있다. 중부 바이칼에 속하는 ‘올혼섬’이 바로 그곳이다. 이르쿠츠크에서 차량으로 몇 시간쯤 달리고 또다시 배를 타고 건너야 하는 올혼섬은 몽골리언의 시원이 서려 있는 곳이다. 까마득한 옛날 바이칼이 세 개의 호수로 나뉘어져 있을 때 지금의 올혼섬은 동과 서를 연결하고 있는 육지였다. 훗날 지각 변동으로 섬이 됐다고 한다. 몽골사람들은 올혼섬 중앙에 있는 ‘부르한’ 바위를 성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부여족의 기원이 서려 있는 곳
몽골인들의 정신적 상징인 부르한 바위기사 이미지 보기

몽골인들의 정신적 상징인 부르한 바위


부르한 바위가 보이는 언덕 위에는 나무 기둥이나 살아 있는 나무마다 색색의 천이 휘감겨 있으면서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오보’라고 불리는 이 천은 시베리아에 살고 있는 무속인들이 감아 놓은 것이다. 몽골 사람들의 정신적 상징인 부르한 바위를 보면서 무당들은 춤을 추고 제를 올렸을 것이다. 몇 해 전에는 한국의 무당이 대거 몰려와 이곳에서 성대한 굿판을 벌였는데 현지 보도진도 몰려드는 등 볼 만했다고 한다.

부르한 바위는 외관상 그다지 웅대해 보이지도 않고 나무 한 그루 없다. 왜 이 평범해 보이는 바위를 몽골 사람들이 성스럽게 생각했는지 의아했다. 과학자들도 부르한 바위에 대해 궁금했는지 바위 성분을 과학적으로 분석해봤는데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바위 전체가 자력이 강한 철광석으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인간의 정신적인 면을 현대 과학의 힘만으로 진단할 문제는 아니지만 그 분석 결과만으로도 그 옛날 우리 조상들이 예사롭지 않게 여길 수밖에 없던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부르한 바위가 보이는 언덕 위 나무기사 이미지 보기

부르한 바위가 보이는 언덕 위 나무

이곳은 우리 상고사와도 맥이 닿아 있다고 한다. 부여족의 터전이라는 학설도 있다. ‘부랴트’라는 말이 발음 차이를 감안하면 ‘부여’라는 말이 되기 때문에 이곳에서 살고 있는 부랴트족은 부여족이고 지금도 제 자리를 지키며 살고 있는 우리의 핏줄이라는 것이다. 그 학설이 맞든 안 맞든 우리 민족의 상고사와 연결돼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해가 뜨고 해가 질 무렵, 또 별들이 떠 있는 한밤중에도 부르한 바위를 바라보면서 나는 누구고 또 어디에서 왔는가를 생각해보는 순간 한 줄기 유성이 계시를 내린 듯 밤하늘을 스치고 지나갔다.

이르쿠츠크=글·사진 박하선 여행작가 hotsunny7@hanmail.net

여행 Tip

대한항공이 이르쿠츠크까지 직항편을 운항한다. 겨울에는 운항하지 않는다. 블라디보스토크나 하바로프스크에서는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이르쿠츠크로 갈 수 있다. 한국인은 무비자로 입국할 수 있다. 바이칼 호수 탐방 성수기는 여름철이지만, 호젓하게 즐기고 싶다면 9월이 최적기다. 리스트뱐카와 올혼섬에서는 민박도 할 수 있고 한국의 여관 같은 숙소도 여러 곳 있다. 여름철에는 캠핑도 가능하다. 올혼섬에서는 지프를 타고 가는 하보이 트레킹도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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