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최대의 축제, 올림픽이 돌아왔다. 제31회 리우 올림픽은 남미에서 열리는 첫 번째 대회다. 인류 가운데 가장 신체 능력이 뛰어난 선수들이 ‘오직 이 순간’을 위해 갈고 닦은 기량을 뽐내는 경연장이다. 경기 자체를 즐기는 것도 멋진 일이지만, 이번 기회에 진정한 스포츠팬들의 세계로 풍덩 빠져보는 것은 어떠신지. 그렇다면 진정한 팬과 일반 팬을 가르는 기준은 무엇인가? ‘기록’과 ‘역사’다. 스포츠 진성 팬들은 기록과 역사에 집착한다. 이유가 있다. ‘이번 경기’는 지금 상대하는 선수나 팀과의 경쟁이다. ‘역사와 기록’을 상대로 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역대 모든 선수들과 위인들이 ‘현재’의 나와 우리 팀의 상대가 되는 것이다. 오늘 이 자리에서 참가하고 승리하는 것을 넘어, 역대 최고 기록들과도 시간과 공간을 넘어 선의의 승부를 펼칠 수 있는 것이다. 경쟁의 범위와 시간적 지평이 무한대로 늘어나고, 오늘의 경기가 곧바로 역사의 일부로 편입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올림픽 역사에는 어떤 재미있는 사연과 이야기가 깃들어 있을까.
대한민국 양궁은 세계 최강이다. 남녀 대표팀이 제31회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단체전 금메달을 동시에 땄다. 여자팀은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뒤 8회 연속 금메달 획득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대한민국 양궁은 세계 최강이다. 남녀 대표팀이 제31회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단체전 금메달을 동시에 땄다. 여자팀은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뒤 8회 연속 금메달 획득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없어진 종목·복귀하는 종목

한국이 여자 금메달의 강력한 후보 종목인 골프는 1900년과 1904년 두 차례 올림픽 정식종목이었다가 112년 만에 올림픽으로 돌아왔다. 역대 최장기간 ‘가출’ 기록이다. 가출 2위 종목은 럭비다. 럭비는 1924년까지 다섯 번 열렸다. 이번 대회는 92년 만의 복귀다. 다만 세부사항에서 차이가 있다. 럭비의 원조는 15인제 경기다.

지역에 따라 11인제 럭비도 있고, ‘힘’보다는 ‘스피드’를 중시하고 경기 시간도 짧은 7인제 럭비도 있다. 이전 올림픽에는 15인제로 열렸고 리우에서는 7인제가 채택됐다. 15인제 경기에서 세계 중위권인 한국 럭비는 7인제의 경우 1980년대 후반 단 한 번이지만 월드컵 4강에 오른 적도 있다. 아쉽게도 이번 대회에서는 지역예선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15인제는 호주, 뉴질랜드, 영국,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랑스 등이 강호지만 7인제의 역대 최강은 피지다. 오세아니아 대표로 축구에 처음 출전해 첫 경기에서 대한민국에 0-8로 패한 인구 890만명의 태평양 섬나라, 바로 그곳이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전승 우승으로 우리의 가슴을 뜨겁게 한 야구는 2020년 도쿄 올림픽 때 다시 정식종목으로 귀환한다. 역대 최단기간 ‘가출’ 기록이다.

한 손으로 드는 역도 경기

복귀하는 종목이 그렇다면 없어진 종목도 있나? 있다. 육상만 해도 60m, 5마일, 크로스컨트리, 3000m 계주, 1500m·3000m·1만m 경보, 제자리높이뛰기, 제자리멀리뛰기, 돌 던지기, 양손으로 원반·창던지기 등 부지기수다.

크리켓(영국연방국가에서 유행하는 야구의 원조 같은 경기), 크로켓, 리얼 테니스(실내에서 플레이하는 테니스와 스쿼시의 원조), 라크로스(주머니 달린 스틱을 가지고 경기하는 팀 스포츠. 하키와 핸드볼을 합친 듯한 종목), 모터보트, 폴로(말을 타고 벌이는 하키. 우리 전통문헌에 나오는 격구(擊毬)와 비슷한 종목. 문헌기록에 따르면 한반도 출신 역대 최고의 격구 선수는 태조(太祖) 이성계다), 라켓(스쿼시의 전신) 등도 한때는 다 올림픽 종목이었다. 믿어지지 않겠지만 줄다리기(tug of war)도 올림픽 정식 종목이었던 적이 있다(1900~1920). 참가 인원은 팀당 6명, 경기 시간은 5분이다. 경기 시작 선언 후 6피트를 먼저 잡아당기면 승리한다. 5분 내에 6피트를 잡아당긴 팀이 없으면 밧줄 측정 결과 종료 시점에서 우세했던 팀이 이긴다. 세 판 가운데 두 판을 먼저 이기면 승리한다.

1908년 대회에서 불과 몇 초 만에 패배한 미국 팀은 영국 선수들이 스파이크와 뒷굽(땅을 파고 지지대로 활용 가능한)이 있는 불법 장비(신발)를 사용했다고 항의했다. 영국은 이 신발이 ‘영국 경찰관의 정복’이라며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장비라고 맞섰다. 미국은 항의 표시로 기권했다. 1920년 앤트워프 대회 때 ‘세계 최강’ 영국은 결승전에서 네덜란드를 28.2초, 13.4초 만에 물리치는 괴력을 발휘했다. 경기장 바닥이 평평한지 아니면 미세하게 기울어져 있는지, 햇빛이 선수 시야를 방해하지는 않는지를 두고 그 옛날에도 선수들 사이의 신경전이 장난이 아니었다고 한다.

가장 최근에 없어진 종목으로는 역도 원상(press)이 있다. 지금 남아 있는 종목은 용상과 인상이다. ‘용상’은 ‘용을 쓰며 드는 것’, ‘인상’은 ‘인상을 쓰며 바벨을 드는 것’이라는 아저씨 농담이 있는데 용상(clean and jerk)은 일단 바벨을 어깨높이로 들어 올린 뒤 다리 근육을 이용해 머리 위로 드는 것이고 인상(snatch)은 바벨을 들어 올린 뒤 주저앉은 자세에서 그대로 일어나는 기술이다. ‘원상’은 바벨을 잡고 단번에 그대로 머리 위로 들어 올리는 것이다. 원상은 1972년 뮌헨 올림픽을 끝으로 폐지됐는데, 인간이 물건을 들어 올리는 원초적인 방법과 가장 닮기는 했지만 ‘선수들의 허리에 무리가 가는 자세’라는 사실이 의학적으로 증명됐기 때문이다. 역도 초창기 기록은 ‘용상>인상>원상’이었는데 1950년대 후반부터 1972년 폐지될 당시까지는 원상 기록이 인상 기록을 앞서곤 했다. 과거에는 세 종목 합계로 승자를 가렸지만 지금은 두 종목 합계로 등위를 나눈다.

한국인 최초 올림픽 신기록?

원상 말고도 없어진 역도 종목이 있다. 1924년 파리 올림픽에선 세 종목에 더해, ‘쩨쩨하지 않고 화끈하게 남성미를 과시하는’ 한 손 용상, 한 손 인상 등 다섯 종목의 합계로 ‘진정한 역사’를 뽑기도 했다. 한 손 들기 역도는 1920년대 널리 유행하던 경기 방식이다. 한국 최초의 올림픽 메달은 1948년 런던 올림픽 역도 미들급에서 나왔다. 동메달을 획득한 김성집 선생이 들어 올린 원상 122.5㎏은 한국인이 세운 최초의 올림픽 신기록이라는 사실도 짚고 넘어가자. 김성집 선생은 한국인 최초의 두 대회 연속 메달리스트이기도 한데, 같은 체급에 출전한 1952년 헬싱키 대회 때도 원상에서 출전자 중 공동 1위(2명)를 기록하며 세 종목 합계 동메달을 획득해 시상대에 태극기를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