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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를 위한 경영학] (2) 평판을 경영하라

입력 2016-08-12 16:54:16 | 수정 2016-08-12 16:54:16 | 지면정보 2016-08-15 S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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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 논란'이 일시적 현상?

기존 이미지마케팅 효과 증발
장기적인 재무손실로 이어져

뒷수습보다 사전대비 투자를

기업 이해관계자 점점 확대
임직원 배려가 평판 관리 첫걸음
2013년 식품업체인 N사의 ‘갑질 논란’은 한국에서도 기업의 평판 리스크(reputation risk)가 재무적인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대리점주에 대한 영업사원의 폭언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촉발한 이 사건은 떡값 요구 녹취록, 대리점주에 대한 보복성 계약 해지, 본사 직원에 대한 열악한 대우 등이 줄줄이 알려지면서 공분을 샀다. 과징금은 5억원에 그쳤지만 불매운동이 시작되면서 이 회사 매출은 전기 대비 10% 줄었고, 영업이익은 85%나 쪼그라들었다. 업계 2위이던 경쟁사는 같은 기간 매출이 30% 늘어 N사를 따돌렸고, 영업이익은 70% 이상 증가하는 등 반사이익을 누렸다. N사의 2012년 광고홍보비용이 1000억원 정도였음을 감안하면, 그동안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기 위한 투자가 헛수고가 됐다는 점도 커다란 경제적 손실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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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비슷한 사건은 또 있다. 2014년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D항공사 사건이다. D항공사는 이 사건이 불거지고 난 뒤 1주일간 시가총액이 2400억원 가까이 증발했고, 경쟁사에 비해 탑승률도 확 떨어졌다. 이로 인한 매출손실은 250억원에 달했다. 연간 500억원에 달한 광고비도 헛돈을 쓴 셈이 됐다. 망가진 글로벌 브랜드 이미지까지 고려하면 잠깐의 실수가 초래한 손실은 상상을 초월한다. 최근에는 유명 외식브랜드 회장의 폭행사건이 불거졌다. 이후 소비자들의 불매운동과 함께 주가가 5%나 떨어지는 손실을 감내해야 했다.

이처럼 기업에 대한 부정적 평판이 예전처럼 잠깐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다 잊혀지는 것이 아니라 실제적이고 장기적인 재무손실로 이어지면서 기업 마케팅 활동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한 재조명이 필요하게 됐다.

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는 ‘마케팅’과 ‘이노베이션’을 기업의 가장 중요한 두 가지 기능으로 꼽았다. 또 마케팅의 목적은 소비자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그들이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파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시어도어 레빗 교수는 1960년에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기고한 논문 ‘근시안적 마케팅(Marketing Myopia)’에서 “기업들은 기존 제품 위주 사고에서 벗어나 소비자의 니즈(needs)를 중심으로 시장과 사업을 재정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곰인형을 만드는 제조업체가 제품 위주 시각에서 경쟁자를 파악한다면 다른 곰인형 또는 비슷한 장난감 제조회사에 주목할 것이다. 반면 여자친구나 아내, 자녀, 손주 등 특별히 아끼는 사람의 마음을 기쁘게 해줄 수 있는 선물을 고르려는 소비자 니즈를 중심으로 본다면 꽃배달 서비스, 초콜릿, 향수, 반지, 영화티켓 등도 중요한 경쟁자 또는 공동마케팅을 위한 협력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후 상당히 오랜 기간 마케팅의 초점은 소비자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에 걸맞은 제품 또는 서비스를 개발·제공하는 것에 맞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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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경영진이 공급업자나 대리점에 ‘갑질’을 하든 말든, 직원을 마구 대하든 말든 회사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회사가 좋은 품질의 제품과 서비스를 경쟁력 있는 가격대에 제공해 이기적인 소비자들의 니즈를 만족시키는 한 그 회사는 계속 선택받을 것이며 시장에서 승승장구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무리 업계 1위 업체이고 제품 및 서비스 품질 또한 우수하다고 해도 소비자들이 제품과는 무관한 사회적 이슈에 주목하면서 기업에 대한 부정적 평판이 소비자 행동, 나아가 기업의 매출과 이익, 주가에 실제적인 타격을 주는 시대가 됐다. 이런 상황은 앞으로 개인보다는 관계와 협력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인 ‘위 제너레이션(WE generation)’이 소비시장의 주축으로 나서게 되면서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경영자들은 이런 시장의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프랑스 명문 경영대학원 인시아드(INSEAD)의 크레이그 스미스 교수 등은 2010년에 출판한 논문 ‘새로운 근시안적 마케팅(New Marketing Myopia)’에서 그동안 경영자들은 소비자 니즈에 지나치게 집중한 나머지 비즈니스를 둘러싼 사회의 관점이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놓쳤다고 지적했다.

소비자, 종업원, 공급업체, 대리점 및 판매처, 주주 등 1차적 이해관계자 외에 경쟁업체, 비정부기구(NGO), 언론, 정부 등 2차적 이해관계자까지 고려해 경영 의사결정을 내리지 않는다면 기업은 큰 재앙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제는 단순히 내 물건을 사주는 사람만을 고객으로 보는 협소한 관점에서 벗어나, 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를 광의의 고객으로 여기고 그들의 필요를 고려하는 인식의 전환이 요구된다는 주장이다.

기업에 대한 이해관계자들의 영향이 커짐에 따라 최근에는 CJ그룹 등 국내 대기업들도 충분한 이해관계자 분석을 바탕으로 중요한 경영 의사결정을 내리고 있다고 한다. 불미스러운 사건이 터지고 난 뒤 뒷수습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것보다는, 처음부터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입장을 존중하는 시각과 배려하는 마음을 경영진을 포함한 사내 모든 직원이 공유하고 실천할 때 지속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다.

이때 특히 중요한 것은 경영진이 이해관계자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고객인 내부고객, 즉 직원을 아끼고 배려하는 것이다.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한 자녀가 다른 사람에게 사랑을 주는 것이 힘든 것처럼, 경영진의 존중과 배려를 받지 못한 직원이 고객을 비롯한 기업 이해관계자들에게 진심에서 우러나는 존중과 배려를 보여주기는 어렵다. 또 경영진이 외부 이해관계자를 잘 대하는 것처럼 비쳐지더라도 정작 자사 직원은 막 대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사람들은 그 경영진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될 것이다.

요즘처럼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는 사회에서 좋은 기업인 척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진짜로 좋은 기업이 되기 위한 깊이 있는 고민과 함께 비전과 실천과제 재정의, 이해관계자 분석, 핵심성과지표 선정 및 성과평가 방법 등에서 개선 노력을 해야만 그 진정성을 인정받고 좋은 평판을 얻을 수 있다.

신현상 < 한양대 경영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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