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011년 전력대란(대규모 정전 사태)이 일어난 뒤 민간회사들에 발전소를 많이 지어달라고 ‘러브콜’을 보냈다. 정부는 건설 기간이 짧고 상대적으로 환경오염 논란에서 자유로운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를 민간회사들에 짓게 했다. 하지만 이후 발전소가 늘어나 전력 공급이 충분해지자 정부가 이들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돌릴수록 적자 커지는 민간 LNG발전사
◆당근 줄 땐 언제고

국내에는 219개의 LNG 발전소가 있는데, 민간 발전사 23곳이 102개의 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LNG 발전의 절반 가까이를 민간이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전력이 발전소에서 전기를 살 때 주는 요금에는 전력도매가격(SMP)과 보조금 성격의 용량요금(CP)이 있다. SMP는 에너지원에 상관없이 시간별로 ㎾당 73원 정도다. 민간 발전사는 LNG 발전에 생산원가가 다른 석탄 발전과 같은 SMP를 적용하는 건 불합리하다고 주장한다.

CP는 민간회사들이 발전소 건설비용과 이를 운영하는 비용을 고려해 지급하는 돈이다. 정부가 민간 발전소 유치를 위해 ‘당근책’으로 책정한 돈이다. 시간별 ㎾당 7.6원이 책정돼 있는데 2001년 이후 동결하다가 올해 처음 0.16원 오른 가격이다.

CP도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민간 발전사 관계자 사이에서 나온다. 발전소마다 건설비용과 유지비용이 다른 데 한전 자회사인 중부발전이 소유한 인천복합화력발전소를 기준으로 같은 CP를 지급하도록 정부가 정해놨기 때문이다.

복합발전소는 LNG 발전소의 일종으로 LNG로 터빈을 돌리고, 이 터빈을 식힌 물에서 나온 증기로 한 번 더 터빈을 돌리는 방식이다. 정부는 증기 터빈에 대해서는 CP를 지급하지 않고 있다. 민간 발전소 관계자는 “발전소 효율을 좋게하기 위해 비싼 돈을 들여 복합발전소를 지었는데 인정을 안 해주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한전 판매독점 깨야”

이 같은 전력시장의 기형적 구조는 전력산업 구조개편이 이뤄지지 않아서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대중 정부 시절 한전 민영화 등 전력시장 개방을 추진하다가 노무현 정부 때 이를 중단한 여파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전 외에 다른 전력 판매자가 나타나야 시장에서 다양한 가격에 전력을 사고팔 수 있다”며 “지금처럼 정부와 한전이 가격을 독단적으로 결정하면 공기업인 한전 발전자회사들은 버틸 수 있겠으나 민간 발전사들은 갈수록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발전사들은 많은 데 도매상은 한전 하나뿐이어서, 한전 마음대로 물건값을 정하고 민간 발전사에 희생을 강요한다는 것이다.

민간 발전 업계 관계자는 “한전 발전자회사들은 석탄 발전으로 막대한 이익을 보니 정부와 한전은 가격체계를 개선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며 “민간회사들에 부담을 가중하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손 교수는 “에너지원별로 가격을 차등화하고 CP를 올려주는 게 또 다른 시장왜곡이란 지적이 있을 수 있다”며 “하지만 가격의 미세조정을 통해 민간 발전사들을 도와줘야지 지금처럼 가만히 놔두면 에너지 업계가 전체적으로 도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