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을 맞아 4876명을 특별사면한다고 정부가 발표했다. 특별감면은 142만명이다. 국민화합과 경제위기 극복의 전기를 마련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세 번째 사면권 행사다. 정치인·공직자의 부패범죄나, 강력·반인륜 범죄는 제외한 ‘절제된 사면’이라는 게 청와대 주장이다. 그러나 특별사면·감형·복권된 형사범 규모는 이미 2만328명으로 이명박 정부의 2만5448명에 근접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지병으로 만신창이인 상태에서 재벌 회장이라는 이유로 과도한 형벌을 받고 있었던 측면이 감안됐을 것이다. 김승연 회장 등 다른 기업인들은 이번 사면에서 배제됐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사면이라는 명분은 다소 퇴색하고 말았다. 문제는 우리 사회의 과도한 범죄화 경향과 이에 비례하는 사면권 남용이 악순환하고 있다는 점이다. 처벌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대규모 사면이라는 구태는 반복되고 있다. 142만명에 대한 특별감면만 해도 적절성을 두고 논란이 있다. 이런 식이라면 법치주의는 요원하다.

과잉범죄화 문제는 더 심각하다. 한국에서 벌금형 이상의 형벌을 받은 사람이 1148만명(2014년 기준)에 달한다. 성인(15세 이상) 4명 중 1명꼴로 전과자다. 운전미숙으로 도로 펜스를 망가뜨리면 형사처벌받고, 가로수 열매를 따도 절도죄로 걸린다. 기업인에 대해서는 경영상 판단 문제에까지 배임죄라는 형사처벌을 들이댄다. 업무상 배임죄의 처벌은 한국 외에는 거의 사례가 없다. 국회는 지금도 사법을 공법화하는 법들을 쏟아내고 있다.

사면권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지만 최소한으로 행사해야 한다. 이석기 전 통진당 의원이나 성완종 전 새누리당 의원이 두 번이나 특별사면으로 풀려난 뒤 사회적 물의를 빚은 데서도 잘 입증된다. 법치주의는 점점 멀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