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케아 서랍장' 판매중단이 먼저다
이케아코리아가 한국에서 사업을 시작한 지 만 1년8개월이 됐다. 이케아는 스웨덴 출신 잉바르 캄프라드가 1943년 창업한 세계 최대 가구 브랜드다. 파란색 창고형 매장과 납작한 상자에 부품을 담아 팔고 이를 소비자가 직접 조립하는 가구인 플랫 팩(Flat Pack)을 앞세워 스칸디나비아는 물론 유럽, 미국까지 영토를 확장했다. 2014년 12월에는 한국에도 진출했다.

그런데 최근 미국에서 판매한 서랍장이 넘어지는 사고로 어린이가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고 이케아는 미국에서 동일 서랍장의 판매를 중단했다. 한국 정부도 미국의 예와 같이 이 서랍장의 판매중단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케아코리아는 한국에서는 이 서랍장의 판매를 중단하지 않고 수동적 환불 고지만 하고 있다. 이케아가 한국 소비자를 우습게 본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는 이유다. 문제가 된 서랍장은 한국에서 이미 10만개 이상 팔렸다.

이케아 측의 논리는 이렇다. 첫째, 한국에서는 아직 미국과 같은 소비자보호 관련 규정이 정비돼 있지 않다고 한다. 즉, 서랍장의 위해도에 관한 규정이 제대로 정비돼 있지 않아 서랍장에 관한 안전규정 위반을 가늠할 수 없다고 한다.

둘째, 한국 소비자들에게 지금 판매하고 있는 서랍장은 벽에 고정부착해서 사용해야 한다는 고지를 충분히 했다고 한다. 셋째, 한국에서는 아직 자사가 판매한 서랍장과 관련한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지만 한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자발적으로 안전조치를 했다는 것이다. 안전조치의 내용은 미국과 거의 동등한 수준으로, 소비자가 원할 경우 판매된 서랍장을 벽에 고정하는 서비스를 이케아 부담으로 해주거나 환불해주고, 안전에 대한 고지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한국에서는 판매를 중단하지 않겠다는 내용이다. 미국에서와는 다른 이 같은 조치는 중국 등 다른 나라 정부도 받아들였다는 게 이케아 측 주장이다.

그러나 이케아코리아 측의 주장은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있다. 한국의 제품안전기본법에는 시중에 유통되는 제품의 제조·설계 또는 제품상 표시 등의 결함 또는 제품의 기술상·구조상 특성으로 인해 소비자의 생명·신체 또는 재산에 위해를 끼치거나 끼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판매중단이나 수거 등 필요한 조치를 권고할 수 있다. 선제적인 행정조치를 취할 수 있는 것이다. 이미 미국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한 객관적인 사례가 있으니 그걸로 충분한 사유가 된다.

둘째, 벽에 고착해 사용하는 서랍장은 한국의 가구문화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 중론이다. 한국은 전체 가구 중에서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그리고 전세라는 독특한 주거문화가 있는 나라다. 벽에 고정해서 사용하는 이케아의 서랍장은 한국의 주거문화에서는 안전성 확보가 쉽지 않다.

지금 이순간 만에 하나라도 소비자의 생명에 위해를 주는 상황이 발생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사전에 방지하는 게 최고의 안전이다. 한국적인 여러 상황을 고려해 미국에서처럼 자발적으로 판매를 중단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 뒤 더 안전한 제품을 만들어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것이 정도다.

이번 이케아 사건은 한국 정부와 기업들에 여러 가지 시사점을 준다. 안전에 관한 한 기본적으로 한 사람이라도 예외일 수 없다는 것이다. 옥시 사태와 니켈얼음정수기 사건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소비자의 편리성을 증대해 주는 모든 제품은 안전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국민의 안전에 관한 한 정부는 더욱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기업 역시 소비자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제품을 생산하는 일이 없도록 연구개발에 더욱 매진해야 한다.

김경환 < 성균관대 글로벌창업대학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