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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사이드 人터뷰] 이동규 연구부장 "일흔에 나라의 부름 받았다…봉사하는 데 직급 왜 따지나"

입력 2016-08-12 18:01:52 | 수정 2016-08-13 05:28:18 | 지면정보 2016-08-13 A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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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교수에서 국장급 공무원으로 '기상학계 거두'
이동규 국립기상과학원 수치모델연구부장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기사 이미지 보기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이동규 국립기상과학원 수치모델연구부장(71)은 28년간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를 지낸 기상수치모델 연구 분야 국내 최고 권위자다. 그가 지난해 11월 기상청 산하 국립기상과학원 수치모델연구부장(2급)으로 임용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학계와 기상업계는 경악했다. 기상청장을 하고 남을 ‘기상학계의 거두(巨頭)’였기 때문이다. 직급상 상관인 기상청 본청 국장이나 지방기상청장 자리에도 그의 제자가 적지 않게 포진하고 있다. 일흔 나이에 공직사회에 첫발을 들이려는 그를 주변에서는 대부분 말렸다.

하지만 이 부장은 직급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그는 “국가에서 내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전해듣고 나라에 봉사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왔다”며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48시간 후 날씨 예측에 보름 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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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기상청에서 만난 이 부장은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건강한 모습이었다. 그는 기상청뿐 아니라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를 통틀어 최고령 공무원이다. “젊은 직원들과 어울려 일하다 보니 젊어진 것 같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부장은 서울대 기상학과와 대학원 과정을 마친 뒤 미국으로 건너갔다. 위스콘신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연구원으로 일하다가 1982년 서울대 기상학과 교수로 임용되면서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 부장의 전공은 미래 날씨를 예측하는 데 쓰이는 컴퓨터 알고리즘(연산규칙)인 기상수치모델이다. 이른바 ‘날씨 방정식’으로 불린다. 기온, 바람, 강수, 기압 등의 관측값을 방정식에 대입하면 미래의 대기 상태를 뽑을 수 있다.

기상수치모델을 이용해 예보의 정확도를 높이려면 세 가지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고 이 부장은 말했다. 우선 방정식에 대입할 관측값이 많아야 한다. 두 번째는 방정식이 정확해야 한다. 관측값이 아무리 많더라도 결과를 얻어낼 방정식이 정확하지 않으면 엉뚱한 결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빨리 계산할 수 있는 슈퍼컴퓨터가 필요하다. 관측량이 많아질수록 정확도는 높아지지만 그만큼 계산량이 많아진다. 빠른 시간 내에 결과를 얻어내려면 고성능 슈퍼컴퓨터가 있어야 한다.

1980년대 초반까지 국내에는 세 가지 조건 중 하나도 갖춰지지 않았다. 기상청이 슈퍼컴퓨터 1호기를 도입한 것은 2000년이다. 이 부장은 “슈퍼컴퓨터가 없다 보니 48시간 뒤의 날씨를 예측하기 위한 기상수치모델을 만드느라 보름 동안 컴퓨터와 함께 씨름해야 했다”고 털어놨다. 슈퍼컴퓨터 하나 없는 열악한 환경에서 그는 기상수치모델의 정확도를 높이는 데 주력했다. 슈퍼컴퓨터 없이도 일반 컴퓨터로 활용할 수 있는 기상수치모델을 개발해 기상청에 제공했다. 그가 개발한 모델은 슈퍼컴퓨터를 구하기 힘든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여전히 사용하고 있다.

이 부장은 공군이 항공작전을 하기 위해 필요한 핵심 정보를 제공하는 기상수치예보모델 시스템을 최초로 개발하기도 했다. 그가 기상수치모델 연구의 국내 선구자이자 최고 권위자로 불리는 이유다.

◆“공직 제안할 줄은 생각조차 못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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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2010년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직에서 정년퇴직했다. 퇴직 후에도 한·미 기상과학센터 이사와 세계기상기구(WMO) 연구위원을 지내면서 관련 분야 연구에 매진했다.

정부 부처 인재 영입을 담당하는 인사혁신처 인재정보과 관계자가 찾아온 것은 지난해 여름이었다. 인사처가 자신에게 수치모델연구부장 자리를 제안할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못했다고 했다. 그는 “인사처에서 처음 찾아왔을 때 해외 전문가를 추천해 달라고 했다”며 “추천하긴 했지만 이들이 현실적으로 못 오거나 안 올 가능성이 크다고 귀띔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사처의 영입 대상 1순위가 자신이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전해듣고 크게 당황했다.

가족들은 ‘쉬어야 할 나이’라며 공직사회에 발을 들이는 것에 반대했다. ‘연륜과 지식에 비춰볼 때 적절한 직위가 아닌 것 같다’는 주변의 만류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고심 끝에 그는 인사처의 제안을 수락했다. 이 부장은 “내가 가진 경험과 지식을 활용해 국가에 기여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중 제안을 받고 국가에 봉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인사처 직원들이 여러 차례 찾아가 끈질기게 설득한 것도 그의 마음을 돌리는 데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잦은 순환보직 관행 고쳐야”

그가 공직사회에 발을 들여놓은 지 이달로 9개월이 됐다. 기상학계 최고 권위자가 보는 기상청의 예보 수준은 어떨까. 올여름 들어 기상청은 잇단 오보로 국민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이 부장은 이런 현실이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기상청의 기상수치모델 및 예보 역량은 세계 5위권 수준”이라며 “예보 정확도가 90%를 넘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상예보를 경제예측과 비교해 설명했다. “세계적으로 수많은 경제 변수가 발생하다 보니 불과 한두 달 뒤의 금융시장조차 예측하기 힘들어졌습니다. 변화무쌍한 자연현상을 예측하는 기상 분야는 오죽하겠습니까.”

그는 “지인들조차 최근엔 ‘네가 가서 예보가 정확해질 줄 알았는데 변한 게 없다’는 농담을 자주 하곤 한다”면서도 “한국 기상청의 예보는 세계적인 수준인 만큼 국민이 조금만 믿고 기다려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기상청에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그는 “아무리 좋은 슈퍼컴퓨터를 갖고 있다고 해도 날씨 예보는 최종적으로 예보관의 몫”이라며 “예보관의 역량이 높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잦은 순환보직 관행으로 예보관이 자주 바뀌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이 부장의 설명이다. 그는 “기상청이 최근 예보관에 대한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하면서 사정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기상청의 예보 방식이 바뀔 필요가 있다는 뜻을 조심스럽게 내비쳤다. 이 부장은 “날씨 예보가 국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할 때 공공기관인 기상청의 예보는 민간 기상업체에 비해 다소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면서도 “경직된 공직사회 문화 탓에 적극적으로 예보하지 못하는 것은 다소 아쉽다”고 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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