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 법안이 또 쏟아져 나오고 있다. 20대 국회 개원 직후 기업규제 법안이 봇물처럼 발의된 가운데 특정 기업을 겨냥한 맞춤형 규제법안까지 잇따르고 있다. 재원대책은 없는 선심 법안도 고질병처럼 계속 나온다.

신세계의 부천 쇼핑단지 조성을 제한하는 내용으로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인천 계양갑)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국회의원이 자기 지역구 내 상권보호를 명분으로 인근지역 발전을 막는다는 비판이 나오는 법이다. 같은 당 이종걸 의원의 보험업법 개정안도 삼성생명이 주타깃이다. 보험사의 자산운용비율 기준을 취득원가가 아니라 시가로 해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 일부를 팔도록 하겠다는 게 취지다. 박주현 국민의당 의원이 발의한 전역병사 퇴직금 지급법도 시행에는 매년 1조원 이상 필요하지만 예산문제는 정부가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뜬금없이 20세 청년들에게 성년축하금조로 3개월치 국민연금 보험료를 국가가 무상지원하자는 법에다, 연극·영화·공연관람 등 문화 지출비의 15%를 세액공제해주자는 법안도 나와 있다. 세금을 제 주머닛돈처럼 쓰겠다는 것일 뿐 재원은 누구도 신경쓰지 않는다.

터무니없는 입법만능주의, 어떻게든 법안만 많이 내면 열심히 일하는 의원이라는 엉터리 입법관이 이번 국회에서도 또 판치고 있다. 개원하자마자 나온 180개의 기업 관련 법안 중 3분의 2가 규제법일 정도로 ‘규제폭포’라는 대한상의의 하소연은 안중에도 없다. 너무도 쉽게, 마구잡이로, 특정 기업을 겨누는 법까지 만들려드니 ‘제왕적 국회’ ‘의회 독재’라는 비판이 끊이질 않는다.

이런 상황에선 온갖 정치개혁 논의도 다 소용없다. 정종섭 의원이 주도하는 개혁파 초선그룹인 ‘국가혁신을 위한 연구모임’ 주최의 어제 토론회에서도 입법권 남용이 비판에 올랐다. 법은 최소한으로 만들수록 좋은 국회다. 국회의원이 지역민원의 해결사나 특정 이해집단의 대변인처럼 행동하니 그런 법이 쏟아진다. 보편입법이 아니라 처분적 입법은 위헌이다. 국회의원에 당선되면 먼저 법이 무엇인지부터 가르쳐야 한다. 다수결로 두들기면 무조건 법이 된다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