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버냉키 전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은 당분간 Fed가 기준금리를 올리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10일(현지시간) 자신이 연구원으로 있는 브루킹스연구소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Fed가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과 향후 통화정책에 대한 의미를 분석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Fed가 지난 수년간의 경제전망이 빗나가면서 지나치게 낙관적이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통화정책 정상화를 기피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Fed가 기존의 통화정책이 경기부양에 충분하지 않다는 결론에 이르게 될 것”이라며 “이 때문에 상당 기간 금리인상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같은 판단의 근거로 지난 4년간 Fed의 기준금리 장기 전망치가 하향조정됐으며, 이는 현헹 통화정책이 경기 확장적이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2012년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예상한 장기금리 전망치는 연 4.25%였지만 올 6월에는 연 3.0%로 1.25%포인트 낮아졌다.

그동안 경제가 좋아지면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Fed가 반복적으로 강조하면서도 지난해 12월 한 차례 인상에 그친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라는 설명이다. 버냉키 전 의장은 금리 정상화를 강조하는 ‘매파’ 성향의 FOMC 위원들조차 금리인상이 시급하지 않다는 판단을 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투자자들도 FOMC가 발표하는 성명서 문구를 해석하고 숨은 뜻을 찾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경제상황을 보여주는 데이타를 분석하는 게 더 타당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앞으로 정책당국자들이 경제전망과 금리인상에 대한 힌트를 제공하는 데 소극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시장에서도 Fed가 올해 기준금리를 더 올리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는 연방기금금리 선물가격을 토대로 올해 안에 Fed가 금리를 올릴 확률을 지난주 47%에서 42%로 낮췄다. 내달 FOMC회의에서 금리를 올릴 가능성도 20%에 불과하다고 예측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